x86서버 시장의 불황이 심해지면서 편법 유통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자칫 대형 유통비리 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x86서버 판매량은 지난 2006년 이후 3년 만에 연 10만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판매량은 3만60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6000여대에 크게 못 미쳤다. 연간 판매량 역시 연말 반짝 특수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판매량 10만6000여대에는 턱없이 모자랄 전망이다.
유례없는 불황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유통업계를 강타했다. x86서버를 공급하는 글로벌기업이 기존에 정해진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차 유통사(총판)에 제품을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 압력이 다시 거세졌다.
서버 벤더(공급업체) 측은 기업윤리 강화에 따라 이러한 관행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일선 유통현장의 말은 다르다. 실무자들은 여전히 밀어내기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IT시장 조사기관의 한 전문가는 “3분기 x86서버 판매 집계량이 전 분기에 비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나 물량이 실제로 시장에서 전부 소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 물량은 실제 고객에게 판매되지 않고 유통시장에서 재고로 머물 것이라는 뜻이다.
재고물량을 처리하는 총판 단계에도 편법이 발생한다. 유통업체 A사 대표는 “더 높은 가격 할인율을 받기 위해 서버 벤더에 프로젝트 규모를 부풀려 보고하는 편법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며 자사 역시 최근 이 같은 편법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500대 규모의 프로젝트를 1000대 규모로 신고해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은 후 이를 통해 싸게 공급받은 서버를 다른 프로젝트에 정상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이 같은 관행은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요 감소로 인해 현 유통시장에선 벤더로부터 100원에 받아 98원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편법유통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벤더, 유통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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