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주춧돌 가운데 하나인 일본에서 디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하다. 디플레이션 여파로 소비자와 기업이 주머니를 닫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중앙)은행의 소비자 물가 지수 예측이 오는 2012년 3월까지 0.5% 하락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소비자 물가 지수를 올 회계연도에 1.5%, 내년에 1% 내릴 계획이다. 이는 곧 디플레이션이 3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는 게 경제분석가들의 예측이다.
경제분석가들은 이처럼 일본이 ‘디플레이션 소용돌이’에 접어들면서 여러 위험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았다. 즉 물가 지수 하락이 수요 침체를 가속화하고, 경제 활동성을 감퇴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디플레이션이 길어지면, 소비자가 주머니를 닫고 기업이 투자를 주저할 것으로 읽혔다. 소비자와 기업이 물가가 더욱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조짐은 급료로부터 전자제품 가격에 이르기까지 일본 실물 경제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노동자 임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었고, 도쿄주식시장의 218대 기업이 지급할 올 연말 보너스도 13.1%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1970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일본 정부도 패션, 식료품 등 거의 모든 물품의 소비자 판매가격이 13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9월에 전년대비 1.4%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소비자 물가 지수는 6개월째 하락을 거듭해 지난 8월에 전년대비 2.4%나 떨어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8월 소비자 물가 지수도 올 초보다 0.9% 떨어지는 등 하락 폭을 줄이려는 일본은행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향 곡선이 이어지고 있다.
랜달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일 연구분석가는 “디플레이션이 일본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이라며 “일본은행이 금리 정책을 0%에 가깝게 유지하고, 디플레이션을 멈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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