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배분은 통신시장의 경쟁과 활성화 정책의 바로미터다. 정부가 주파수의 회수·재배치에 총력을 쏟는 이유도 시장 경쟁환경 개선과 설비투자를 통한 통신산업 활성화를 실현하는 유효수단으로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새로운 변수인 내년 1월 LG 통신 3사의 합병법인 LG텔레콤이 출범하면 시장 경쟁 활성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파수 할당 일정에 맞춰 다양한 계획을 검토해 온 사업자들은 할당 지연은 망 구축 일정과 주파수 이용 시기의 차질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는 주파수 할당 시 2013년까지 이동통신 전체적으로 3조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경매제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국회에서 경매제 도입 근거가 담긴 전파법 개정안이 계류되면서 상황은 미묘하게 바뀌었고, 이제 방식을 떠나 서둘러 주파수를 재배치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정부와 업계는 올해 안에 800∼900㎒에서 40㎒의 대역폭을 신규·후발 사업자에게 할당하고, 2.1㎓ 대역의 20㎒ 대역폭을 신규사업자에게 할당하는 기본적인 틀에 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최근 합병을 키워드로 급변하고 있는 통신시장의 환경과 주파수 정책에 조화를 이뤄야 하는 부담이 생겼고,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의 정부 판단이 기존 기조의 큰 틀을 벗어나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주파수 정책(배분)은 미래의 불확실한 요인을 제거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은 주파수 배분의 결과를 통신정책의 방향타로 시장이 인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파수 재배치와 연계해 적극적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LG텔레콤은 저대역 주파수 확보를 통해 차세대 서비스를 통한 네트워크의 고도화 및 IT제품 및 솔루션과 통신·방송이 융합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모바일 인터넷 환경은 다양한 콘텐츠 및 솔루션업체들이 참여하는 개방형 복합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FMC 등으로 인한 무선인터넷 요금인하·앱스토어·MVNO 등의 추세를 감안할 때, 통신 3사로서는 추가 주파수 확보에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방형 무선인터넷 오즈(OZ)를 통해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를 선도해 온 LGT가 가장 절박한 상황으로, 1.8㎓ 대역에 20㎒만 보유하고 있어 2011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기존 사업자들은 주파수 상생 배분의 원칙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제시한다. 한정된 자산을 수요가 있는 곳에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기본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사업자가 주파수 용도와 기술방식을 결정하는 ‘용도 자율성’을 도입해, 보다 철저한 시장 논리를 반영하고 있는 배경에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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