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2.0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 끝나지 않은 1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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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역사를 살펴 보면 TV를 장악한 기업이 세계 가전산업의 ‘맹주’ 역할을 맡아 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TV는 단순히 영상가전 이상의 의미를 지녀 왔다. TV 시장 성패에 따라 전체 가전 시장 구도가 변했다. 1940년에서 60년대까지는 브라운관TV를 대중화한 미국 RCA가 시장을 선도했다. 미국 RCA는 1940년대 특허를 기반으로 TV 시장을 장악한 후 라디오·오디오 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RCA는 소니가 부상하면서 1970년 TV 산업 주도권을 빼앗긴 후 VCR 표준 경쟁에서 패하고 사업 다각화에 실패하면서 결국 1985년 GE에 매각되면서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났다.

 이어 TV 시장 흐름을 바뀌어 놓은 게 소니다. 일본 소니는 1968년 ‘트리니트론’ 브라운관을 개발하면서 TV 산업을 제패하고 영상·음향 분야 최고 기업으로 부상했다. 트리니트론은 당시 브라운관에서 혁명적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자빔이 3개인 기존 브라운관 기술을 하나의 전자총에서 3개 빔이 나오도록 구현해 기하학적인 정밀도를 높였을 뿐 더러 선명하고 화사한 색감을 구현해 TV맹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소니 신화를 뒤집은 게 바로 삼성전자와 LG전자. 2000년대 삼성·LG전자는 디지털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디자인과 평판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 LCD TV에서 시장 점유율을 쑥쑥 올려 놓았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TV 10대 가운데 4대는 국산 브랜드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금액·판매 대수 기준으로 모두 40%대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경쟁 업체에 비해 앞선 속도 경영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세계 TV 시장 주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디지털TV 최대 전쟁터로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는 매년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승기를 잡았다.

 TV 산업은 기술력뿐 아니라 마케팅·제품력이 필요한 종합 가전인 점에 비춰 볼 때 TV 세계 1위는 다른 가전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러나 1위 자리를 노리는 경쟁업체 도전도 만만치 않다. 중국과 대만은 디스플레이 기술을 앞세워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일본업체도 3D 등 차세대 기술을 전면에 내걸고 명예 회복을 선언한 상황이다.

 과거 TV 산업 역사를 볼 때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거머 쥐었다. 삼성경제연구원 장성원 연구원은 “시장과 고객 변화에 맞춰 국내 업체도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라며 “이전에는 제조와 기술 기업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각종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편리하게 제공하는 기업이 TV 시장 강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