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조용해서 보행자 사고위험이 지적되는 친환경 전기차량의 소음기준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전기차협회(대표 원춘건)는 전기자동차 보급에 새로운 걸림돌로 떠오른 ‘보행자 보호를 위한 운행소음기준’을 내달 총회에서 정식안건으로 토의할 예정이다. 협회 측은 전기차 운행이 늘어남에 따라 도로에서 사고위험을 느끼게 될 시각장애인, 노약자층의 안전을 고려해서 민간 차원의 소음기준을 앞장서 만든다는 입장이다.
전기차협회는 내달 총회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시각장애인 단체 관계자를 초청해서 의견을 청취하고 전기차 소음기준에 대한 사회적 타협점을 모색할 계획이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저속 운행시 ‘슁’하는 모터소음만 나오기 때문에 주변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인지하지 못해서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
최근 일본에선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비중이 10%를 넘기면서 차 소음을 듣지 못해 발생하는 인명사고가 늘고 있다. 일본정부는 연말까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량이 시속 20㎞ 이하 저속주행시 인공적으로 엔진음을 내는 장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부르릉’하는 엔진음을 구현하는 인공음원 기술을 속속 상용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가상엔진음 발생시스템인 VESS(Virtual Engine Sound System·가상엔지소음시스템)를 개발해 내년 10월 출시할 i10의 전기차 버전에 장착할 예정이다.
서우전자(대표 박귀남)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엔진음을 내는 음원모듈을 전기차와 전기오토바이에 장착했다. 이 장비는 자동차 키를 돌렸을 때 나는 엔진 시동음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나오는 엔진음까지 똑같이 모방해서 외부스피커로 울려준다. 이 회사는 별도 스피커 없이 트렁크, 차량 앞부분의 패널을 진동판으로 이용하는 인공음원 기술도 상용화한 상황이다.
문제는 제조사가 소음장치를 전기차에 옵션사양으로 달아도 강제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운전자가 음원모듈을 임의로 끄고 주행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또 운전자 취향에 따라 엔진소음이 아니라 음악 멜로디처럼 원하는 음향을 마음대로 선택할 경우 보행자 입장에선 오히려 헷갈릴 우려도 크다. 국토해양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동차성능연구소를 통해서 자동차의 최소 소음규정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협회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협의해 시각장애인 대표들이 직접 소음기준 제정에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은종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팀장은 “전기차로 인한 사고위험을 낮추려면 보행자와 운전자가 모두 익숙한 기존의 엔진소음을 계속 유지하는 편이 낫다”며 “전기차 소음기준에 시각 장애우들의 의견이 꼭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