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발족시킨 협력사 모임인 ‘혁신기술기업협의회(일명 혁기회)’가 산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혁기회는 공식적으로 삼성전자가 분야별로 핵심 기술 역량을 보유한 전문 업체들을 선별, 기존 주력 사업 강화와 신수종 사업 발굴에 힘을 합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하지만 기존 협력사 단체인 ‘협성회’와 달리 강도 높은 ‘혈맹’에 가까워 활동 수위에 따라 국내 전자 후방산업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협력사 가운데 이른바 ‘이너서클’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40여개 신청기업 중 최종적으로 DS부문 13개, DMC부문 12개의 총 25개 협력사로 구성된 혁기회를 결성했다. 발족 당시만 해도 혁기회는 삼성전자가 ‘개방형 혁신’을 기치로 대외 기술 협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상생 활동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이윤우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소속 협력사들의 면면이 알려지면서 업계는 달리 보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선별된 협력사 풀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하고, 혁기회 결성까지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혁기회 창립 행사에 이 부회장이 몸소 참석해 선도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기회 참여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역량 있는 다수의 협력사를 거느리고도 더욱 발전적인 (사업 발굴의) 성과를 내오지 못했다는 반성이 삼성전자 내부에서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혁기회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협력 활동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창립총회 직후 소속 회사마다 전담 직원을 파견, 신규 연구개발 품목 선정을 진행하는 등 벌써부터 발 빠른 행보다.
혁기회 참여 기업들도 예사롭지 않다. DS부문은 반도체·LCD 장비는 물론이고 차세대 전자 소재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이 대거 포진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 기술을 중점 연구개발한다는 목표로 13개 업체만 엄선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납품 실적이 비교적 적었던 웅진케미칼이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 광학 필름 분야에서 미국 3M의 독점 품목이었던 이중휘도향상필름(DBEF) 대체품을 국내 처음 내년 초 양산할 예정이다. 세계 LCD 검사장비 선두 업체인 에스엔유프리시젼도 혁기회에 참여하면서 핵심 협력사로 급부상 중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부 차원에서 적극 육성하는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도 다수 포함됐다. 모바일 솔루션용 시스템 반도체와 전력용 반도체 업체인 씨앤에스테크놀러지와 실리콘마이터스가 대표 주자다.
DMC부문에서는 TV·휴대폰 등 주력 세트 제품의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첨단 부품과 방열·발열 시스템 전문 업체는 물론이고 LED 패키징·조명 업체들이 선정됐다. 또 보안 솔루션과 네트워크 장비 및 임베디드 솔루션 업체들이 망라됐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향후 활동 수위에 따라 혁기회 소속 협력사를 대상으로 지분 투자 등 더욱 강도 높은 제휴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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