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류 6만 명을 태우고 새로운 행성 타니스로 떠난 우주선 엘리시움호. 우주선에 탑승했던 바우어 상병과 페이튼 중위는 인공 수면에서 깨어난다. 하지만 그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찾을 수 없고 우주선은 작동하지 않는다. 우주선을 재가동하기 위해 미로 같은 우주선 내부를 헤매던 바우어 상병은 정체불명의 생명체 ‘놈’들에게 쫓기게 된다.
시작은 꽤 그럴듯하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광활한 우주와 거대한 우주선 엘리시움호의 위용은 단번에 관객의 흥미를 잡아끈다. 그리고 막 인공 수면에서 깨어난 두 주인공 바우어 상병과 페이튼 중위의 불안한 정신 상태와 뭔지 모를 갈등 구조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잠시 후 정체불명의 놈들이 나타나면서 긴장과 공포는 극에 달한다.
하지만 초반 20분이 지나면 혼란과 지루함 사이를 끝없이 왔다 갔다 하게 된다. 바우어 상병은 또 다른 생존자인 나디아와 만을 만나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사는 ‘우리 지금 어디지?’ ‘예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지?’ 뿐이다. 이들은 바우어 상병과 똑같은 대화를 반복할 뿐이다. 막판에 터뜨릴 반전과 사건 정리를 위해 많은 이야기를 아끼며 궁금증을 유발하겠다는 의도인데 도리어 짜증을 양산한다. 그 사이 좀비인지 에일리언인지 분간할 수 없는 놈들의 공격이 현란하게 펼쳐지는데 너무나 무자비하고 잔인해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팬도럼은 폐쇄공간 속 정신이상 증세를 뜻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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