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CaseStudy-`초동수사` 메뉴얼 공유, 민원 신속히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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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규칙이 개정되기 전에는 피의자 신문조서 및 각종 수사 서류에는 경찰관의 서명·날인이 필요했다. 법 개정후 서명날인 대신 서명 혹은 기명날인으로 변경됐음에도 개정 사실을 모르고 많은 경찰관들이 관행대로 여전히 서명·날인을 해 왔다. 하지만 관련 지식이 등록된 후 많은 경찰관들이 잘못된 관행을 고칠 수 있게 됐다.

#사례2. 일선 치안 현장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나 주차장 내 교통사고 처리, 뺑소니 사고 처리 등은 초동 수사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구체적인 업무처리절차가 담긴 지식이 등록되자 직원들의 많은 관심을 얻었고, 실제 민원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됐다.

경찰청의 지식관리시스템(KMS)에 게재된 지식들이 실제 업무에 유용하게 활용되거나 관련 정책에 반영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는 지난 3년간에 걸쳐 경찰 조직이 조직내 축척돼 있는 업무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 활용할 수 있도록 KMS 시스템을 진화시켜온 노력의 결실 중 하나다.

지금의 성과를 올리기까지 경찰청 KMS 시스템은 크게 3단계에 걸쳐 변화를 거듭했다. 초기 태생은 2005년 8월에 개시한 업무 매뉴얼 관리시스템인 ‘경찰 지존(知- Zone)’ 서비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 때의 서비스는 말 그대로 본청에서 제작하는 업무 매뉴얼을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KMS로 보기 힘들다. 당시엔 지식을 신고하거나 거를 수 있는 정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식 전문가도 없었다.

이후 2006년 12월 본청과 서울청 그리고 산하 경찰서에 1차적으로 KMS를 우선 적용했던 것이 현 KMS의 초기 모습이다. 이는 전국 도입에 앞서 시범 적용된 것이었다. 이후 1년 뒤인 2007년 12월에 전국 경찰관서로 KMS를 확대 구축했다. 경찰청은 2006년 12월 이후 1년을 주기로 크게 3단계에 걸쳐 KMS 고도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1단계 고도화 작업에서 현장연구모임, 지식마당, 지식Q&A 등 지식 등록 기능을 확대했고 내부적으로 법령을 검색할 수 있도록 법령포털을 만들었다. 2단계에서는 토론 마당, 미니 KMS 등 사용자 참여를 높이기 위한 기능을 좀더 강화했다. 최근 진행한 3단계 고도화 작업은 보다 수준 높은 지식을 등록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웹 2.0 개념을 대폭 적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뒀다.

◇3차례 고도화 작업으로 탄생=경찰청은 지난 8월 20일 3단계 KMS 고도화 작업을 완료했다. 이번 작업에서는 그동안 운용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높은 수준의 지식 생산이 어렵다는 점 △지식을 공동으로 생산하는 방식이 없다는 점 △전문가 지식 승인의 지연으로 인해 사용자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우수 지식인에 대한 포상이 정례화되지 않은 점 등을 개선했다. 여기에 올해 초 설문조사를 통해 접수된 사용자 요구사항들도 이번 고도화 작업에 포함했다. 업무 혁신 코너 신설과 지식전문가 세분화 등이 대표적인 사용자들의 요구 사항이었다.

이에 경찰청은 지금까지 KMS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지식전문가를 좀 더 확충 세분화했다. 경찰청 KMS의 지식전문가들은 사용자가 등록한 지식을 사전 검증하고 사후 재검증을 통해 지식을 정제, 평가 점수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또 미해결 질문에 대한 최종 답변을 하는 것도 지식전문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지금까지는 경무, 경비, 교통 등 총 40개 업무분야 128명의 지식전문가가 활동했지만 이번 3단계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78개 업무 분야로 세분화했다. 전문가 수는 133명으로 기존보다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경찰청 지식행정담당 김유성 경위는 “그동안 지식 승인 활동이 미흡한 일부 전문가로 인해 검증이 완료되지 않아 사용자에게 공재되지 못한 지식도 있었고, 활성도가 높은 분야에 적정한 수의 전문가 확보되지 않아 활동이 미흡했던 부분도 있다”며 “이를 위해 충분한 지식전문 인력풀을 구성했고 공동 작업으로 지식을 생산하기 위해 위키 기술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번 3단계 고도화 작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위키와 위젯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위키 기술은 KMS에 많이 도입했지만 위젯을 적용한 경우는 드물다.

경찰청 기획조정과 권혁준 지식관리계장은 “KMS에 접속했다가 다른 업무를 볼 경우 3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접속이 종료된다”며 “위젯은 새로운 관심 지식이 올라올 때마다 실시간으로 노출, 확인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식전문가에게 유용하다. 사용자가 등록한 지식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지식 승인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10만명 사용자 만족도 커=현재 경찰청 KMS의 사용자 수는 대략 10만명 정도다. 일평균 접속자는 4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다. 전체 지식 현황을 살펴봐도 놀라운 숫자를 자랑한다. 9만4141건 지식등록, 2361만5952건의 조회, 4만5959건의 질문 등 3년간에 걸쳐 축적됐다는 점은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수치다. 때문에 하나의 지식이 올라가면 그만큼 경찰 조직내 파급 효과도 크다.

KMS내 현장연구모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모임 수만 174개가 운용되고 있으며, 참여 회원수는 총 1만9131명, 여기에 올려진 지식 건수는 2만2026건에 달한다. 직원 5명 중 1명이 평균 2건 이상의 지식을 올리며 현장연구모임에 참석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0월 8일부터 21일까지 KMS 시스템 개편에 따른 만족도 설문조사가 진행됐는데, 설문조사 결과로도 경찰청 KMS의 활용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에 도입한 위젯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위젯이 매우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32.4%, 도움되는 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9.1% 등 유용하다는 의견이 91% 이상이었다. 그리고 등록되는 지식이 업무수행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1주일에 한번 이상 도움이 된다’고 82%의 응답자가 답했다.

이처럼 KMS의 활용도와 지식의 양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경찰청의 KMS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경찰청은 현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지식의 품질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지식의 질적 향상에 노력해 왔지만 보다 더 전문화된 자료를 게시할 수 있도록 지식전문가의 역할 비중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미니 인터뷰

경찰청 지식행정담당 김유성 경위

-지식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가.

▲초기엔 인센티브나 이벤트 등을 통해 사용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지식 등록을 많이 하도록 유도했다. 지금은 지식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고, 이에 따라 지식전문가가 지식 등록자에게 좀더 충실한 내용을 게재해달라고 반려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등록한 지식의 반려율이 40%가 넘을 정도다. 반려율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지식 등록률은 낮아졌지만 반대로 지식 품질은 보장할 수 있게 됐다. 더 중요한 것은 지식전문가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연구보고서 등의 대안제시형 정책 지식이 많이 등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치안서비스를 개선하고 관련 법령 개정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3단계 KMS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점은 무엇인가.

▲쓸모 있는 지식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전문가의 선도적인 역할이 중요했다. 지식전문가의 잘 정리된 연구보고서나 지식을 보고 일반 경찰관들도 좋은 지식을 많이 등록하고 있다. 지식전문가들이 사용자들의 지식을 반려해 좀 더 고품질 지식을 만들고 있는 작업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한 검색능력을 강화해 시스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고, 무엇보다 위젯을 통해 전문가가 실시간 지식 승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직을 지식의 생명체로 바꾸는 데 이렇게 지속적으로 노력을 했다는 점이 의미있다.

-향후 개선할 부분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질문답변 코너에 질문은 많은 편이지만 이에 비해 답변과 조회 건수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네이버의 ‘지식인(지식iN)’ 같이 KMS에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사용자에게 심어 주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민간기업과 교류를 통하여 공개 가능한 경찰 지식을 대국민에게 서비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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