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뚝이 인생’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다시 일어섰다.
2006년 겨울, 팬택계열은 처절한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채권단에 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10월 팬택계열은 9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기록하며 무서운 속도로 재도약했다. 연말에는 통합법인 ‘팬택’을 출범시키며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채권단이 팬택의 채무 2400억원을 자본금으로 추가 출자전환하면서 팬택과 팬택앤큐리텔 모두 자본잠식을 벗어났다.
3년 전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구성원들이 어떻게 이러한 믿기 어려운 괴력을 발휘한 것일까. 그 중심에는 맨주먹으로 시작해 조 단위의 기업으로 일군 박병엽 부회장이 있었다.
박 부회장은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직후부터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개최했다. 말단 사원에까지 CEO가 마이크를 들고 경영실적을 설명하는 것은 보기 드물다. 구성원 개개인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를 일치화시키는 작업을 해온 것이다. 공유와 소통을 위해서다.
이 회사 양율모 홍보부장은 “박 부회장이 없었다면 모두 뿔뿔이 흩어졌을 정도로 2006년의 겨울은 춥고 아팠다”며 “의지와 노력으로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CEO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9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팬택계열은 올해 3분기 매출액 5557억원, 영업이익 418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2007년 3분기 이후 9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가게 됐다. 올해에만 누적 영업이익이 1308억원으로 기업개선작업 이후 누적 영업이익은 41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박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만들어낸 결과다.
팬택계열의 월요일 아침은 동트는 새벽 6시 30분에 시작된다. 박 부회장이 주관하는 주요 임원이 참여하는 부문별 경영점검회의와 판매전략회의 등 주요회의가 있다. 박 부회장의 출근 시간은 새벽 5시 40분이다. 피곤할 만하지만 전혀 내색이 없다.
“남들과 똑같이 일하고 남들 쉴 때 똑같이 쉬면 경쟁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박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일이 힘들고 무서워 떠나겠다는 구성원은 잡지 않고, 단 한 명이라도 죽을 각오로 일하는 사람과 함께하겠다는 것이 박 부회장의 소신이다.
이번 합병과 추가 출자전환은 박 부회장 없이 이루기 힘든 결과다. 채권단을 설득시켜 2차 추가 출자 전환을 이끌어낸 것은 한국기업 사상 유례가 없다. 또 14시간에 걸쳐 미국으로 날아가 퀄컴에 지급할 로열티 7600만달러를 자본금으로 전환시켰다. 할 수 있다는 배짱과 도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팬택계열은 합병을 계기로 기업개선작업의 조기졸업과 동시에 2011년께 상장도 추진한다. 2013년에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박병엽 부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팬택계열은 휴대폰 시장이라는 치열한 격전지에서 지난 18년간 쌓아온 기술, 품질,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적 거대 기업과 당당히 경쟁해온 대표적인 기술 중심의 제조기업”이라며 “한번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만큼 흔들림 없이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창업부터 성공, 좌절과 재기에 이르기까지 눈물겨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그가 또다시 써내려갈 감동 스토리에 팬택계열 임직원과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