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국회 비준 지체 말아야

 15일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협정문에 우리나라와 EU가 가서명함에 따라 양측은 비준절차를 거쳐 내년 1∼2월 정식 서명하고, 내년 7월 FTA를 최종 마무리한다. 1000페이지에 이르는 협정문을 27개 회원국 23개 언어로 3∼4개월간 번역작업을 해야 하는 EU 상황을 고려해 이같이 늦춰졌다. EU 측은 27개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의 동의를 얻고 우리도 국회 비준이 끝나면 세계 두 번째로 큰 EU와 새로운 경제 협력관계가 시작될 전망이다.

 EU와의 FTA 체결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FTA 체결을 자극할 것이며, 향후 일본, 중국을 겨냥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27개국에 이르는 EU와 FTA를 체결한 데 따른 국가 신인도 및 유럽 공략에 나선 국내 가전 및 IT업계의 이미지 제고, 연구개발 부문 협력, 인력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 문제는 협정 서명 이후 수년째 방치돼 있다.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못한다.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는 15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위 청문회에 나가 FTA와 관련해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근로자들을 위한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좀 더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은 명백하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과 체결한 협정 중 핵심이었던 자동차 부문의 합의 내용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비춘 셈이다.

 FTA에 합의하고도 한미 양국은 쇠고기 수입문제,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등으로 한 발짝도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했다. 글로벌 시대에 속도는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우수한 인력과 아이디어밖에 없는 나라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먹고살려면 방목을 해야 한다. 넓은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국회는 빠른 판단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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