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 품질관리] 글로벌 금융위기도 `저질 데이터`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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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품질 관리가 기업 경쟁력은 물론이고 국가 정책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가치있는 정보를 얼마나 잘 구별해 활용하는지가 기업 경쟁력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불확실한 미래 상황 등을 예측, 정책을 수립하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오류 데이터로 생기는 데이터 품질 문제는 기업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이고 국가 지식정보사회 실현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주석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1990년대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집중했다면 2000년대는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를 잘 활용하려면 오류 데이터를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시스템 마비 가져와=지난해 말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닥쳤다. 전 세계를 경제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은 무엇일까.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세계적인 금융 위기의 원인은 ‘저질 데이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하원위원회에 출석, 금융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부적합한 데이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위험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첨단 IT로 무장한 슈퍼컴퓨터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입력되는 데이터가 잘못돼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미국 금융기관 시스템에 들어왔던 데이터들을 GIGO(Garbage In Garbage Out)라고 불렀다. 데이터 품질관리가 철저했다면 전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기업 신뢰도에 치명타=지난해 아일랜드의 한 메이저 은행은 윤년 계산 오류로 모기지론의 이자 금액을 추가 징수하는 일을 벌였다. 계좌당 약 28.50유로의 적은 금액이었지만 이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특히 이런 오류를 상당기간 감지하지 못한 점이 크게 지적됐다. 미국 조지아주 은행에서도 각종 수수료 정리가 완료된 폐지 계좌에서 211조달러의 수수료가 청구된 우편물이 발송됐다. 211조달러는 2007년 미국 총부채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은행은 워드프로세서 에러에 의한 것이라고 항변했으나 이 일로 은행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이해석 교보정보통신 전무는 “금융기관에서 IT는 제조업체의 공장과 같으며 제조업체의 상품은 금융기관의 데이터”라며 “제조 기업들이 품질관리를 하는 것처럼 금융기관은 데이터 품질관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 피해도 눈덩이=데이터 품질관리 소홀은 개인 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국민연금공단의 미흡한 데이터 품질관리로 연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일이 발생해 개인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국감결과 국민연금공단은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으며 이런 DB오류로 연금을 적게 지급하거나 이중 징수했다.

 국민연금공단은 행정안전부로부터 주민전산자료를 제공받기 이전인 2001년 이전 가입자의 이력 사항 검증을 소홀히 하거나 재외동포 가입자가 국내거소 신고번호와 주민등록번호로 이중 관리되고 있는지 점검하지 않는 등 가입자 DB 품질관리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행안부의 주민전산자료와 연금공단의 가입자 이력DB를 대조 확인한 결과 주민등록번호나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30만9825건이었으며 해당 징수보험료는 690억원에 이른다. 특히 제대로 된 가입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등 DB관리의 허점을 보였다.

 이욱재 코리아크레딧뷰로 정보시스템부 차장은 “개인의 연체·상환 정보 등 금융 데이터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데도 제한이 있다”며 “기업의 데이터 품질관리 소홀은 개인 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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