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들의 스코어를 망치는 주범은 생각과는 달리 퍼팅이 아니라 드라이브 샷이다.
티샷에서 좌탄, 우탄이 마구 튀어나오는 날이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날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퍼팅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짧은 퍼트가 들어가지 않는 날에는 스리 퍼트가 밥 먹듯 나오게 되고, 핀에 가능한 한 가까이 붙이려고 하다가 그린을 놓친 칩샷에서 실수를 자주 하게 된다. 파를 할 수 있는 홀에서 보기를 범하고 만다.
이것이 쌓이면 한 라운드에서 평상시보다 다섯 스트로크까지 더 치게 된다. 지난 세월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짧은 퍼트가 안 들어가는 날이면 이상하게 드라이브 샷도 잘 안 맞는다. 바로 그 날이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날이었다.
퍼팅 기량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습이다. 집 거실에 2m짜리 퍼팅 매트를 깔아놓고 하루 30분씩 2∼3개월만 퍼팅 연습을 하면 놀라울 정도로 퍼팅이 좋아진다. 말은 쉽지만 실행이 그리 쉽지 않다는 문제점은 있다.
이보다 더 쉬운 방법이 있기는 있을까. 있다. 자기 퍼팅 스트로크에 맞는 퍼터를 선택하는 것이다. PGA 남자 선수들을 보면 대개 핑형 퍼터(T형 퍼터라고도 불린다)를 사용하지만 LPGA 여자 선수들은 투볼 퍼터 혹은 YES퍼터 등 뒷면에 커다란 뭉치가 붙어 있는 퍼터를 많이 사용한다.
여자 선수들이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여자 골퍼들이 퍼팅을 잘 못하기 때문일까. 둘 다 아니다. 그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그린의 속도 차이 때문에 퍼터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다.
스팀프미터(그린의 속도를 재는 간단한 기구)로 10피트 정도 되는 빠른 그린에서 3m를 보내기 위해서는 퍼팅의 백스트로크가 10㎝도 과하다. 일직선으로 살그머니 뒤로 뺐다가 부드럽게 밀어주어야 3m가 굴러간다. 핑형 퍼터가 이런 스트로크에 적합하다. 하지만 힘을 줘서 크게 스트로크를 해야 하는 느린 그린에서의 퍼팅에는 뒷면에 뭉툭한 쇳덩이가 붙어 있는 투볼 형태의 퍼터가 더 유리하다.
스트로크를 하는 중에 흔들림이 덜할 뿐더러 퍼팅 스트로크가 일직선이 아니고 약간 원형을 그리더라도 볼이 굴러가는 방향에 미치는 영향이 핑형 퍼터에 비해 덜하다.
PGA의 일반적인 그린 빠르기는 스팀프미터로 쟀을 때 10∼12피트의 속도가 나오고 LPGA의 그린 빠르기는 8∼9피트의 속도가 나온다. 이것이 어느 정도 빠르기인지 독자 여러분이 감을 잡으시라고 국내 골프 코스의 그린 빠르기를 공개하자면 주말 아시아나의 그린 속도가 8∼10피트였고, 그저 그런 보통 골프 코스는 5∼6피트의 스피드가 나온다.
다시 말해서 국내에 있는 보통 골프 코스의 그린 스피드는 미국 LPGA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그린에 비해서 엄청나게 느리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퍼팅 스트로크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때 투볼 형태의 퍼터가 한국형 그린에 더 적합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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