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패널 4분기 이후 가격 경쟁·공급과잉 우려
세계 LCD 패널 시장의 양대 수장인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과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13일 중국 내 대형 LCD 라인 진출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두 CEO는 4분기 이후 가격 경쟁 또는 공급 과잉의 가능성을 우려했다. 두 회사가 중국 외의 신규 설비 투자에 당분간 신중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은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IMID)’에 참석해 “중국은 전략적 투자처기 때문에 시황과 무관하게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 연말 이후 세계 LCD 패널 시장이 또다시 악화되더라도 대중국 투자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중국 팹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8월 중국 광저우시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8세대 LCD 라인 현지 투자를 선언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중국 진출의 필요성만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톤이다. LG디스플레이보다 한발 늦은 만큼 반드시 세를 역전시키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권영수 사장은 중국 투자와 관련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권 사장은 “중국은 가장 큰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우리가 이미 강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중국 투자를) 가급적 빨리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협의해 이른 시간 내 투자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삼성보다 속도전에서 우위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두 CEO는 비수기로 접어드는 4분기 이후 LCD 패널 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장원기 사장은 “장기적으로 LCD 패널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내년 LCD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패널 업체 간 가격 경쟁”이라며 “8세대 이후 신규 투자에 따른 공급량 증가를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공급 과잉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사장이 언급한 LCD 신규 투자 확대 움직임을 주도한 업체는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중국 투자 발표에 앞서 지난 8월 3조2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해 8세대 LCD 라인을 증설하겠다고 나섰다.
권영수 사장은 일부 공급 과잉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한국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시장 수요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 시장”이라며 “비록 수요를 예단하기 힘들지만 올해도 (중국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많았던 만큼 얼마든지 LCD 대체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에도 중국에 다녀왔는데 현지 판매가 생각보다 좋았으며 연말연초 비수기에도 기대한다”면서 텃밭인 중국 시장을 낙관했다.
두 CEO는 향후 신규 투자에는 신중론을 폈다. 장 사장은 “적어도 내년까지 경쟁사들보다 생산 능력에 여유가 있어 (8-2 2단계 신규 투자를 포함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크기의 11세대 투자도 당초 계획보다 2∼3년 뒤로 미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7세대 이후 차세대 LCD 라인 설비 투자에 관한 한 양산 경쟁을 선도한 이른바 ‘퍼스트 무버’였다. 대만 LCD 패널 업체들이 회생하고 LG디스플레이의 신규 투자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종전의 투자 전략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이른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구사해왔던 LG디스플레이도 탄력적인 투자 방침을 밝혔다. 권 사장은 “우리는 중국 8세대 투자를 발표했기 때문에 8세대 추가 투자나 11세대 투자는 이후로 미룰 것”이라며 “(추가 투자가) 8세대인지 11세대인지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