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세계 일류화를 위해] (2부)소재(4)희유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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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을 분해해 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특수 금속과 철재, 플라스틱 등을 재생산하는 자원 재활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을 분해 처리하는 수도권 리사이클링센터의 직원들이 가전제품 분해 과정에서 선별된 PCB 기판들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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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유금속은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린다. 사용량은 얼마 안 되지만 첨단 전자제품 등의 소재를 만드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희유금속은 철·구리 등 일반 금속에 비해 매장량이 적고 한곳에 집중돼 있으며 추출이 어려운 금속을 말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2차전지·풍력발전에 이르기까지 희유 금속 사용량은 갈수록 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필요한 희유금속의 약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희유금속에 관한 정책이나 기술 개발 노력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일본처럼 정부 주도로 특별 조직을 가동하고 산학연 공동 기술 개발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희유금속 대일 무역적조 유발=우리나라의 지난해 희유금속 수출은 36억달러, 수입은 125억달러로 89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수입국은 일본·중국으로 특히 지난해 대일 희유금속 무역적자는 22억달러에 달했다. 전체 희유금속 무역적자의 24.8%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오는 2013년이면 리튬·인듐 등을 포함한 IT 산업용 고순도 희유금속의 수입액은 무려 3조5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신성장산업 활성화로 희유금속 소재 소비는 급격히 확대되고 있지만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더군다나 천연자원은 주로 중국·콩고 등으로부터, 중간제품이나 고부가가치 완제품은 일본·독일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정부 대책 마련 나서=비록 늦었지만 정부가 희유금속 확보에 적극으로 나서는 것은 금속 소재 산업이 대일 무역 역조가 심화되는 원인으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희유금속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산업폐기물과 폐휴대폰·폐자동차 등에 포함된 희유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이른바 ‘도시광산’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이승우 지식경제부 철강화학과장은 “자원 순환형의 도시광산 사업을 통해 수입에 의존하는 희유금속의 자립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이 산업의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천연자원 비축과 소재화·재활용 기술 등을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 기반이 특히 열악한 희유금속에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우선적으로 수급을 개선해야 할 주요 희유금속 열 가지를 선정, 이달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의 수요, 자원공급의 안전성, 수출입 규제, 고갈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인듐·텅스텐·백금계열(6종)·희토류·리튬·갈륨·코발트·마그네슘·타이타늄·니켈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총 35종의 원소를 희유금속으로 분류해왔으나 최근 들어 그 중요도가 더욱 높아진 금속들이다.

 ◇소재화 기술 개발이 관건=전문가들은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원을 추출해 기초 소재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는 희유금속 제련이나 정련, 고순도화 및 중간재 제조에 필요한 기반 기술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소재화 기술을 시급히 확충해 자원-소재화-제품-재활용의 선순환 루프를 구성해야 한다. 소재화 기술 확보 없이는 수입된 자원이 흘러나가 다시 해외에서 가져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형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략 희유금속의 불순물 총량을 10ppm 수준으로 고순도화할 수 있는 분리 정제 기술과 백금족이나 고융점 금속의 용해 정련 기술 등 주요 기술이 우선 개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의 히타치·미쓰비시와 미국 국립 로스앨러모스연구소(LANL) 등에서 고기능성 소재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김택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금속 자원을 선별해 정제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며 공정 기반 기술을 포함한 종합적인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며 “해외 광산 개발 및 도시광산 개발 노력도 결국 희유금속의 소재화 기술 없이는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종합적 대책 마련 시급=현재 수급사항이나 시급성을 고려해 희유금속 공급 안정화 대책도 차별화해야 한다. 국내에서 원광석만 확보하면 생산이 가능한 니켈·바나듐 등은 철강 산업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국내 매장량이 풍부한 텅스텐과 마그네슘은 국내 자원 개발과 함께 제련 기술을 갖춰 나가야 한다. 인듐·코발트·백금·리튬 등 현재 전방산업에서 공급이 달리는 품목들은 집중적으로 수급사항 개선이 필요하다. 미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희토류·갈륨·타이타늄 등은 장기적으로 소재화 기술을 도입하고 공급원 확보하고 때에 따라서는 대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승호 광양합금철 이사는 “정부가 아직 수입 통계에서 원광과 제품 등의 산업 분류도 명확히 하지 못해 사실상 희유금속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없는 실정”이라며 “사업별로 산발적인 지원 체제에서 벗어나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기술 개발 지원 체제를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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