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A사 B 사장은 산 넘어 산이다. 탄소배출권(CERs)을 얻기 위해 드는 비용이 너무 많은 것이다. CDM사업에서 가장 먼저해야 할 것은 사업계획서(PDD:Project Design Document)를 작성하는 일인데, 이 계획서를 작성하는 데에만 컨설턴트와 전문기관의 자문료로 통상 2만5000달러에서 3만8000달러 정도가 나간다. 그 다음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국가 CDM승인기구(DNA: Designated National Authority)의 승인을 받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CDM운영기구(EB)에 CDM 사업등록을 신청한다. 톤당 20센트에 불과하지만 100만톤이라면 20만달러에서 최대 35만달러까지 지급해야 한다. 또 온실가스 감축실적이 발생하면 2000달러를 들여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배출권을 얻더라도 CERs 매매 시에는 에스크로 계좌 이용이 의무화돼 있어 수수료를 내야 하고 공증비용 등 변호사 비용이 추가로 수반된다. B 사장은 “절차도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정부기관이나 은행 대출 조건은 까다로운데다가 최근 대출을 줄이려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어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비단 CDM산업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한국수출입은행(수은)에서 신재생에너지협회 회원사와 전문기업 305개를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자료가 업계 이목을 끌었다. 수은이 내놓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현황 및 수출화 애로사항’이라는 분석자료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사업을 수행할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정부지원 부족’(40.7%)을 꼽았다. 특히 중소기업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자금조달’(35.6%)이라고 밝혀, 녹색 산업을 활성화하고 수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녹색산업의 핵심은 자금이다. 녹색 생태계는 생성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무질서하다. 기술이 있어도 자금이 없으면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 정부는 최근에서야 문제점을 인지하고 녹색 생태계 토양을 조성하기 위해 금융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녹색 금융 지원폭을 넓히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산업은행과 연기금이 중심이 돼 5000억원 규모 녹색 사모펀드를 조성한다. 녹색 인증을 받은 기술, 프로젝트나 녹색 기업이 발행한 증권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형태다. 이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에게는 출자금액의 10%(공제 한도 1인당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고 출자금액의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600억원 규모로 조성돼 있는 ‘녹색 중소기업 전용 펀드’는 2013년까지 1조1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녹색 R&D에 대한 재정 지원은 올해 2조원에서 2013년에는 2조8000억원으로 확대되고 산업은행 중심으로 3000억원 규모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 매칭 펀드’가 설립됐다.
친환경 자동차와 LED 조명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도 있다. 친환경 자동차의 대규모 설비 자금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6000억원을 지원하고 친환경차 부품업체에는 유동화증권 인수, 녹색 브리지론으로 2012년까지 설비 운전자금을 1조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하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녹색상품을 개인에게 판매하는 소매금융뿐 아니라 대출·프로젝트파이낸싱(PF)·투자펀드 등의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KB 그린 그로스론(Green Growth Loan)’, 기업은행의 ‘녹색성장기업대출’, 외환은행의 ‘녹색기업파트너론’, 우리은행의 ‘우리 LED론’도 녹색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녹색산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큰 데 비해 경제성을 아직 보장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민간 금융기관의 자금지원이 어려운 분야인만큼 녹색산업이 기반을 잡기 전까지는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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