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뛰어든 것은 첨단 사업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한편 몸집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가격 협상은 물론이고 인수 자금 조달과 같은 과제가 수두룩하나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효성이 하이닉스를 최종적으로 인수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왜 인수하려 하나=효성은 자산 규모가 8조4240억원으로 재계 서열 30위권이다. 하이닉스(자산 16조3400억원)를 인수하면 그룹 자산 총액은 24조7000억원대로 재계 서열 10위권 중반으로 도약한다. 그룹 전체 매출도 인수 전 7조원대에서 하이닉스 인수 후 15조원대에 육박해 외형이 두 배나 커진다. 인수 참여는 외환 위기 전의 재계 서열 순위 15위로 키우겠다는 조석래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자산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섬유 등 전통 제조업으로 국한된 그룹 이미지도 한꺼번에 개선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이런 이유만으로 자칫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는 모험을 할 수는 없다. 효성이 인수를 결심한 또 다른 배경은 반도체 경기 회복이다. 하이닉스는 수년 동안 ‘치킨게임’을 하이닉스가 성공적으로 헤치고 나왔고 3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원 안팎으로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반도체 사업 자체의 매력이 크다. 효성이 집중 육성하려는 부품소재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효성은 기존 섬유·건설 등 주력 사업의 이익성장과 함께 2010년부터 TAC필름(화학부문), 풍력발전기(중공업부문) 등 신규 사업에서 매출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당장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사업은 적지만 앞으로 다양한 사업 진출이 가능해진다. 효성 관계자는 “그룹의 새 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미래 캐시카우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최고 경영진이 심도 있는 검토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금 동원을 어떻게 하나=하이닉스를 인수하려면 무려 4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효성은 일단 효성캐피털을 통해 재무적 투자자(FI), 사모펀드(PEF) 등을 최대한 활용할 전망이다. 효성은 IMF 위기 때 상당 부문의 자산을 매각해 기껏해야 경기도 안양의 7만9000평의 용지가 있다. 공장 용지여서 매각도 쉽지 않다. 금호아시아그룹이 대우건설을 풋백옵션으로 인수했던 방법 등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효성이 기존 차입금 2조원에 대외지급보증도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동 자금에 한계가 있는데 이것으로 인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효성이 다른 대기업과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은 있지만 부담을 느끼는 대기업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컨소시엄 구성도 가능하다. LG·포스코·현대·SK 등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인수 후보 그룹으로 거론된 그룹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효성이 인수 의향을 밝혔지만 하이닉스를 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채권단과 가격 협상 과정에서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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