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에 단짝 친구였던 제임스 라우와 데이비드 힛츠가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스토리지업체 오스펙스의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두 사람은 테이블 위에 놓인 냅킨에 스토리지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가전제품(appliance)처럼 만들어보자는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에 관한 아이디어를 끼적거렸다.
냅킨 한 장에 쓰인 아이디어는 같은 해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현 넷앱)라는 네트워크스토리지(NAS) 전문업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물론 창업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두 창업자는 당시 A사 제품의 관리를 단순화하는 기술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으러 다녔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두 사람의 아이디어를 처음 접한 벤처캐피탈 담당자는 “그렇다면 당신들의 새로운 제품이 기존 A사 제품이 갖지 못한 어떤 기능을 구현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기술을 ‘포장’하는 실력이 부족한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라우와 힛츠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 제품은 다만 더 단순하게 기능한다”고 답했다. 당연히 투자자의 반응은 “투자할 수 없다”였다.
이후 라우와 힛츠는 두번째 만난 투자자에게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설명했고, 간신히 앤젤투자자 4명으로부터 5만달러씩 20만달러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사무실 임차, 직원 채용, 사무기기 구입 등에 지극히 기초적인 기업운영에 쓰였다.
이렇게 해서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넷앱은 설립 당시 매출 제로(0)에서 지난해 매출 33억달러, 전세계 130개국에서 7600여명이 근무하는 성공한 IT기업으로 성장했다.
넷앱은 성장과정에서 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체제를 택했다. 두 창업자는 회사가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진이 필요하다고 판단, 창업 2년 뒤인 1994년 HP·IBM 등에서 오랜 경력을 지닌 댄 워멘호멘(현 회장)을 영입했다.
워멘호멘 회장은 지난달 톰 조젠스 사장에게 CEO 자리를 넘겨줄 때까지 15년간 회사를 이끌며 넷앱의 또 다른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대개의 창업자가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후 경영일선에서 빠지는 것과 달리 라우와 힛츠 두 창업자는 지금도 넷앱에 근무하며 회사와 동고동락하고 있다. 라우는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고, 힛츠는 수석부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두 사람 모두 1999년 나스닥 상장으로 천문학적인 차익을 얻었지만 자신들이 성장시킨 회사와 함께 하는 길을 택했다.
라우 CSO는 “꼭 창업자가 회사를 대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전략을 총괄하는 지금의 업무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면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넷앱 현황>
설립연도 1992년(한국넷앱 1999년)
본사 위치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
직원 전세계 7600여명(한국넷앱 40여명)
해외 지사 130여개
주요 사항 △나스닥 100대 기업 △S&P 500 상장기업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 10위(포춘, 2001년)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위(포춘,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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