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남 탑엔지니어링 사장(49)에게 요즘 일주일은 너무 짧게 느껴진다. 충북 오창과 경기도 파주, 경남 구미를 오가며 전국 3개 사업장을 챙기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요즘 김 사장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최근 인수한 파워로직스의 충북 오창 사업장. 탑엔지니어링은 지난달 국내 최대 2차 전지 보호회로 업체인 파워로직스를 인수하면서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장비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다 파워로직스의 덩치가 두배나 컸던 까닭이다.
김 사장은 “단기적인 이익 때문에 인수를 결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탑엔지니어링의 장비 사업과 2차전지 부품 사업이 힘을 합치면 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고 강조했다. 실제 2차전지 보호회로의 경우 장비 의존도가 높을뿐더러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핵심 부품인 직접회로(IC) 분야에도 탑엔지니어링의 반도체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김 사장은 한때 건강 문제로 잠시 쉬었다가 지난해 3월에야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만들어내며 탑엔지니어링을 안정화시킨 뒤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숨가쁘게 내달리고 있다. 오랜 기간 경험을 비춰볼때 워낙 부침이 심한 장비 사업에 머물수만 없다는 각오에서였다.
지난 5월 세라믹소재 업체인 아이엠텍을 인수해 신소재 사업에 진출했고, 반도체·발광다이오드(LED) 장비 사업 확대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쉬는 동안 산업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변화에 대한 의지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면서 “요즘은 바빠서 아플 틈도 없을 정도”라며 웃었다.
그가 여타 장비 업체들보다 유독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과거 IMF 당시의 혹독한 경험 때문이다. 그 기간을 거치면서 장비 회사에겐 최소 2년 정도는 견딜만한 현금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후 현금 유보율이 너무 높아 인수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때론 소극적인 경영 자세로 일관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남들이 지금 사업에 안주하는 요즘 김 사장은 당시 체득한 경험을 사업 다각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표출하고 있다.
그는 “이번 파워로직스 인수도 내부 자금으로만 해결했다”면서 “파워로직스도 조만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악성 부채를 줄여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연말까지는 두 회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파워로직스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길 참이다. 자신의 전공이자 ‘본업’인 장비에 힘을 쏟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 LCD 설비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대만의 CMO· AUO도 LCD 라인 증설 투자를 재개할 움직임이다. 지금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선 국내 장비 산업에 대해 일본 LCD 패널 업체들의 관심도 그 어느때 보다 높다.
김 사장은 오는 2015년 탑엔지니어링을 매출 5000억원 이상의 세계 톱10 장비 회사로 키우기 위해 오늘도 구두끈을 조여맨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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