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꿈, ­실패에서 길을 찾다] ⑤100년 미래 대계를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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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로호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이를 계기로 우주 개발과 관련한 100년 미래 대계를 짜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100년 대계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과 전략, 집행 체계 등이 들어가야 한다.

 나로호 발사 궤도 진입 실패가 국민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9개월 뒤인 내년 5월께 나로호를 발사할 무렵에 국민의 시선은 나로우주센터로 다시 모인다. 나로호 발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떠나 대한민국의 국운이 모이는 중요한 이벤트가 됐다.

 국민의 관심을 계속 유지하고 우주개발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주 개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철학이 요구된다. 우주과학기술 등 거대 과학기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조직 체계와 위상을 정립하는 게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미국 산업을 이끌 듯 NARO도 우리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 NARO는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IT와 메카트로닉스, 화학, 조선, 정밀기기 등이 합쳐진 융합산업의 결정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김병수 박사는 “단순히 국가안보,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는 선언적 성격의 철학은 이제 곤란하다”며 “우주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철학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 조직에서 이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다. 과학기술부의 독립, 혹은 다양한 미래 첨단기술 개발과 특허 관리 등을 담당할 가칭 미래과학부의 신설도 검토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우주개발청’ ‘우주항공청’ 등의 조직을 신설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김승조 서울대 교수는 “현재처럼 항공과 우주에 대해 여러 부처가 다원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각각의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예산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비효율적”이라며 “항공우주산업을 총괄하는 우주항공청과 같은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미국의 NASA, 러시아의 러시아항공우주국(RASA), 유럽의 유럽우주기구(ESA), 중국의 중국국가항천국(CNSA), 프랑스의 국립우주센터(CNES) 등은 독자적인 정부기구로 운영되면서 우주 개발과 관련된 기획, 예산 등을 수립한다.

 우리나라는 교과부 산하 우주개발과와 지원조직인 거대과학정책과 등을 포함해도 관련 인력은 10여 명밖에 안된다. 수시로 부서를 옮기는 공무원의 특성상 전문성을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전문화된 조직으로 미래를 기획하고 이를 보완하면서 꾸준히 진행하려면 정부 산하 전문기구 신설이 절실하다.

 해외의 부정적인 시각을 교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나로호 발사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전략무기 확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우방인 한국이 우주발사체 발사 이유를 과학적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의 전용을 우려하는 보도였다. 이밖에도 뉴욕타임스, BBC, 아사히신문, AP통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국 언론들은 나로호 발사가 북한 등을 자극해 동북아시아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교과부 측은 “나로호 개발은 초기부터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화적 목적임을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관람이나 방문을 요청하는 각국 대사들에게도 공개하고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소개하기도 했다. 과학계는 “이런 목소리가 나올수록 타국과의 협력은 더 어려워진다”며 “국가적으로도 통일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독자 기술로 만들 KSLV-2의 발사 일정이 불과 9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인 KAIST 교수는 “발사체 개발은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2018년 독자 개발 계획에 시간과 인력이 충분한 게 아니다”라며 “바로 지금부터 준비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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