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웹하드, 최소한의 양심조차 버렸다](상)더 악랄해진 저작권 침해

 지난 주말 발생한 영화 ‘해운대’ 불법복제 사건은 불법 웹하드와 P2P의 산업적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침체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해운대는 불법복제 영화가 나돌면서 해외 수출과 부가 사업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 토요일에 불법 유출된 동영상이 이미 중국 사이트까지 배포된 정황을 파악했다”며 “내일이면 DVD도 나올 텐데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 미국과 일본 성인영화 업체들이 네티즌을 무더기로 고소한 사건은 불법 웹하드와 P2P의 사회적 악영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수만건의 노골적인 포르노가 불법 웹하드와 P2P에서 유통돼 성인은 물론이고 청소년에게까지 무방비로 노출됐다.

지난 7월 23일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된 이후에도 불법 웹하드와 P2P는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정부는 개정 저작권법이 불법복제로 부당한 이익을 상습적으로 얻는 사람들을 겨냥한 선전포고라고 공언했지만 장본인인 불법 웹하드와 P2P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각종 콘텐츠를 도둑질해 판매하고 있다.

◇범죄조직 뺨치는 교묘한 수법=불법 웹하드와 P2P의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정부의 감시를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가고 있다.

검색을 피하는 수법은 가장 고전적 행태다. 정부의 감시가 주로 제목 검색으로 이뤄지는 점을 악용, 제목을 변형하는 것이다. 영화 해운대의 불법복제 파일은 ‘부산바다’나 ‘광안리’ 등의 제목으로 유통된다.

불법 웹하드는 여러 개의 클럽으로 운영된다. 비공개 클럽이 감시의 사각지대다. 불법 웹하드 업체들이 고객이 원했다는 이유로 비공개 클럽은 필터링 대상에서 제외한다. 불법 웹하드마다 비공개 클럽의 회원이 수천명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이들이 이미 여느 범죄집단과 다름없이 조직적이라고 평가한다. 영화 해운대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은 DVD가 나오기 전에 이미 원본을 빼내 불법 웹하드와 P2P에 퍼뜨린다. 누가 빨리 불법복제물을 웹하드와 P2P에 올리는지에 따라 수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불법복제 업자인 L씨는 “한국영화는 DVD가 나오기 전에도 불법복제가 이뤄지고 외국 영화는 아예 개봉 전에 DVD 화질의 불법 복제물이 자막과 함께 나온다”며 “방송 프로그램은 끝나고 불과 10분 내에 동영상 파일이 올라오고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수백만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뛰는 불법, 기어가는 감시=정부 관련 기관의 대응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업계가 불법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웹하드와 P2P 업체는 대략 200곳이다. 이 가운데 저작권보호센터의 상시 감시 대상은 전체의 25% 수준인 약 50곳에 불과하다. 상호와 인터넷 주소를 자주 바꾸는 불법 웹하드와 P2P 업체들의 수법을 감안하면 정부의 감시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불법 웹하드와 P2P 업체들에 시정 조치를 해도 무용지물인 사례가 잦다. 저작권보호센터 관계자는 “불법복제물 삭제를 요청해도 불법 웹하드와 P2P 업체에 저작권 보호 담당자가 없는 사례가 다반사”라며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기술적 조치를 안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사이트를 없애고 다른 사이트로 옮겨가는 이른바 ‘먹튀’가 많아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앞선 기술을 외면하는 현실도 문제다. 불법복제 콘텐츠를 찾아내는 신기술이 속속 개발됐지만 도입 사례는 드물다. 김주엽 뮤레카 사장은 “비디오 지문을 활용한 필터링 등 앞선 기술이 나왔지만 보급되지 않고 있다”며 “대개 관련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걸지만 산업적·사회적 피해를 감안하면 하루속히 기술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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