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TV업체 비지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라 1·2위 업체 간 약간의 엎치락 뒤치락은 있지만 비지오는 세계에서 가장 큰 TV 시장인 미국에서 2분기 연속 출하량 기준 LCD TV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아이서플라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비지오는 출하량 기준 미국 LCD TV 시장에서 21.7%의 점유율로 정상 자리를 지켰다. 21.3%를 차지한 삼성전자를 간발의 차로 따돌렸다.
지난 1분기에는 21.4%의 점유율로 17.8%에 머무른 삼성전자를 4분기 만에 뒤집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반면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2분기 수량 기준 점유율이 17.6%로 2위 비지오(16.3%)와의 격차를 1.3%포인트로 늘리며 정상에 다시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비지오가 미국 LCD TV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을 집중 조명했다. 외신은 이미 삼성과 소니·샤프 등이 브랜드와 기술력을 독점한 상황에서 비지오가 유쾌한 반란에 성공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적기 적소에 물건을 공급하라=비지오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초저가 평판TV를 공급하면서다. 비지오는 경쟁업체에 비해 최소 수백달러 싼 값에 평판TV를 선보이며 관심을 끌었다.
유통채널도 흥미롭다. 과감하게 대형할인점 ‘코스트코(costco)’에 진출했다. 그 당시 평판TV 유통은 전자전문유통점이 주를 이뤘다. 비지오는 코스트코를 단순히 유통채널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코스트코가 직접 패키징 및 마케팅 포인트를 잡도록 했다. 소비자들에게 평판TV가 생활 깊숙이 스며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래이니 뉴섬 비지오 창업자는 “코스트코는 우리의 멘토였다”고 회상했다.
◇작을수록 좋다=작은 조직을 유지한 것도 강점으로 꼽혔다. 비지오는 전 세계에서 소싱한 TV 부품을 대만의 전문 위탁생산업체에서 생산한다. 조립라인을 건설하거나 보수할 일도, 대규모 기술 인력을 채용할 일도 없다.
6년 전 중국계 미국인 윌리엄 왕이 주축이 돼 직원 3명으로 시작한 비지오의 미국본사 인력은 아직까지도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고객지원부서는 물론이고 수리센터까지 모두 외주를 준다. 당연히 제품 원가가 내려간다.
◇기술을 선도하지 않는다=기술 경쟁이 치열한 TV업계에서 비지오는 한번도 선도 기술을 담은 신제품을 내놓은 적이 없다.
관련 업계가 가전전시회에서 초대형 TV, 3차원 입체영상 TV 등을 앞다퉈 공개할 때 비지오는 뒷짐을 지고 시장성을 저울질하는 ‘영리한’ 전략을 택했다. 대신 기술이 시장에 자리 잡혔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경쟁업체보다 수백달러가 저렴한 제품을 내놔 소비자를 공략했다.
우리나라업체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이 뜨거운 LED TV도 최근에야 내놨으며,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TV는 9월에나 출시할 계획이다.
◇디테일을 신경쓰라=별 것 아닌 듯 하면서도 섬세한 비지오의 전략도 부각됐다. 두툼한 영어 설명서는 특히 다인종 국가 미국에서 골치 아픈 대상이 되기도 한다.
비지오는 묵직한 종이 설명서에 필수 기능의 간략한 안내를 담은 ‘빠른 시작 가이드’를 함께 제공했다. 설명서까지 고려해 TV를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는 고객센터의 업무 부담을 줄여준다. 이같은 전략은 입소문 마케팅에도 들어맞았다. TV 포장 상자를 이색적으로 잡지광고 스타일로 편집하면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품질도 괜찮더라=저가 브랜드로 이름을 날린 비지오는 이제 품질도 수준급으로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신은 미국 최대의 소비자잡지 ‘컨슈머리포트’에서 이제 삼성전자·소니 등과 함께 나란히 비지오의 제품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지만 영업이익률도 꾸준히 한 자릿수를 내고 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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