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645년, 당나라 황제 이세민은 평생의 꿈이던 고구려 정벌에 나선다. 승리를 장담하며 직접 대규모 부대를 이끌고 참전한 이 전쟁에서 당태종은 고구려의 명장 연개소문과 양만춘의 지혜로운 전략에 대패해 한 쪽 눈까지 잃고 돌아간다. 천하의 당나라 황제가 쫓기듯 도망치다 병을 얻어 그 후유증에 목숨마저 잃었으니 하늘이 연개소문이나 양만춘과 같은 인재를 자신에게 주지 않고 적국에 보냈는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반대로 모든 면에서 한참 열세에 있던 고구려로서는 시대가 낳은 두 명의 영웅 덕에 나라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나 지금이나 위기를 타개하는 경쟁력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특히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해내고, 조직의 가치를 자신들의 능력과 결합시켜 목표를 달성해 내는 핵심 인재들은 언제 어디서나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하루 하루가 전쟁과도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이러한 핵심 인재를 발굴·채용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운 좋게 흙 속에 숨어있는 진주를 발굴했다 하더라도 모든 채용 프로세스를 거쳐 상호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 회사는 이러한 핵심 인재와의 관계에서 절대로 ‘갑’의 입장이 될 수 없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인력 시장에도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존재하고, 특히 글로벌 환경에 맞는 핵심 인재 채용 시장에서의 공급은 수요를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 사원을 선발하는 것은 경력 사원을 뽑는 것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일이다. 이전 회사에서의 업무 경력 등을 검증해서 선발할 수 있는 경력 사원과 달리,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신입 사원들의 업무 능력과 조직 생활 능력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꿈과 열정을 가지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신입 사원들을 제대로 선발하는 것은 회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사원들을 교육 시키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재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사람을 선발하는 것은 그보다 더욱 우선시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이를 위해 기본 전형과 합숙 세미나, 글로벌 인턴십 등으로 구성된 3단계 신입사원 채용 프로그램 ‘글로벌 마케팅 어드벤처(Global Marketing Adventure)’ 제도를 새로 도입해 운영했다. 주요 대학을 직접 방문해 캠퍼스 설명회를 개최하고 새롭게 변모된 신입사원 채용 시스템을 알린 결과 총 1,600여명의 지원자를 받았고, 적합한 채용 프로세스를 거쳐 최종 후보 20명을 선발했다. 프로그램 기간 동안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이들을 직접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봄으로서,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현장 감각과 기획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 특히 국내 마케팅 부서에서 4주, 해외 법인에서 1주 근무로 구성된 5주 간의 글로벌 인턴십 기간을 통해, 우리의 조직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에 적합한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처음 진행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성과를 내준 덕에 인턴십을 수행한 20명 전원이 졸업 후 LG전자에 바로 입사할 수 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회사와 지원자 모두 윈-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영 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당장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 있는 인재를 최대한 많이 영입해 향후 계속해서 이익을 낼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는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의 기간이라고 절대 예외일 수 없으며 오히려 더 중요시 돼야 할 부분이다. 아직도 가만히 앉아 애타게 찾던 인재가 문 밖에서 노크해 들어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정성을 다해 고객을 대하는 마음으로 직원을 대하고 인재를 찾아 나서야만 글로벌 시대에 조직을 이끌어나갈 핵심 인재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강신익 LG전자 사장(HE사업본부장)/sikang@l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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