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北核, 본질을 흐리고 있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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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기간 동안 북한 조문단이 서울을 방문했다. 당초 1박 2일의 일정이었지만 하루를 더 연장해 2박 3일간 서울에 머물렀다. 방문기간 동안 다른 나라의 조문인사들과 마찬가지로 청와대를 예방하고 대통령을 면담했다. 이들은 지난 정부의 주요 인사들 및 야당 인사들과의 면담도 수차례 가졌다. 또 남북관계의 책임자들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통전부장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앉아 1시간 20분에 걸친 비공개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북한 조문단들은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고 청와대는 예우 차원에서 시간을 두고 면담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북한 조문단은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까봐 무척이나 애가 탔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정상이다. 왜냐하면 북한 조문단은 국장에 사적인 루트를 통해서 방문의사를 밝혔고 사전에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통상적이라면 대통령 면담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지만, 오히려 청와대에서 북한 조문단이기 때문에 특별히 아량을 베풀었다고 봐야 한다.

 북한 조문단은 서울을 방문해서 만나는 인사들마다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한 듯하다. 특히 6·15와 10·4 선언의 이행의지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청와대 면담에서도 이것을 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문단이 평양으로 돌아가면서 만족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자신들의 임수를 모두 완수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하고 한국 내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북한 조문단의 임무였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 조문단이 서울에서 보았던 것을 정확하게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할지는 의문이다. 북한이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6·15와 10·4의 이행을 고집하면서 문제의 본질인 핵문제를 피해나가려고 한다면 결코 남북관계는 진전될 수 없다는 점을 간파했기를 기대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도 분명히 밝혔다. 비핵화와 재래식 무기 감축과 같은 정치군사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남북한 경제협력도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1991년 12월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는 핵문제를 비롯해 정치군사적 문제를 총망라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북한은 정치군사문제는 미국과 해결하고 한국과는 경제문제만 다루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난 정부 시절에는 북한의 의도대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북한도 아마 그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자극해 미국을 움직이려는 전형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문제를 비켜갈 수 없다. 특히 한국정부의 비핵화 의지는 오히려 미국보다도 더 강하다. 왜냐하면 북핵문제는 한국의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진전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점은 과거 역사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핵문제를 우회한 채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려는 술수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사회에서도 북한이 핵문제를 한국과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 포기하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 북한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절박했으면 한국에 머리를 숙이고 나왔을까. 이제는 못 이기는 척 대화도 하고 대북지원도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는 단순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비핵화와 재래식 무기감축 등 어려운 일부터 처리해 나간다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남북 간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햇볕정책을 쓸 때 북한은 속내를 다 알고 대처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한국의 속내를 읽어야 할 것이다. 결코 핵문제는 피해갈 수 없다는 점과 진정한 민족공조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동용승 SERI 연구전문위원 seridys@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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