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노란불을 자주 보는 날이 있다. 신호등끼리 약속을 했는지 한 번 노란불일 때 가까스로 건넌 날은 징크스처럼 노란불이 따라다닌다. 노란불인데 건널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그 짧은 순간의 스트레스가 고속도로 운전하는 것보다 더 피곤하다. 양갈래 기로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은 참 어렵다.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던 최초의 기억은 대학에 입학해 시간표를 직접 짤 때였다. 학교에서 담임교사가 만든 시간표에만 익숙해있던 고교 졸업자는 아직 대학의 자유가 낯설었다. 어떤 과목을 신청해야 할지, 어느 요일에 시간을 배정하는 게 좋을지, 누가 딱 짜주면 좋겠다 싶었다. 익숙지 않은 자유 앞에서 친구의 결정을 기웃거렸던 소심함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버리지 못했다. 일하면서도 선택과 결정을 피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시키는 일만 하려 하고 결정하고 선택하는 일은 타인에게 칼자루를 넘긴다. 결정권을 주지 않아 낯설어 그런 것인지, 결정권을 포기해서 퇴화해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 ‘까라면 깐다’는 식의 노예적 발상으로는 더 이상 창조적인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천재적인 한 사람의 명령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구성원의 지혜로운 ‘선택과 결정’이 경쟁력이다. 이 결정이 나에게뿐만 아니라, 우리 부서에게, 그리고 우리 회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심사숙고하고, 지금만이 아니라 1년 후, 10년 후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지 고심한 ‘선택과 결정’이 조직을 살린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불가능보다 가능이 훨씬 두렵고, 감옥보다 자유가 훨씬 혼란스럽다. 하지만 혼란스럽더라도 스스로의 판단과 자유를 향유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스스로의 몫이다. 선택과 결정의 자유는 누릴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린다.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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