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흔히 IT강국이라고 말한다.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빠른 네트워크 때문에 붙여졌지만 요즈음은 반도체·휴대폰·LCD 등 각종 IT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IT분야면서 해외 진출이 저조한 부문이 바로 SW산업이다. 단적으로 SW산업의 우리 경제 성장 기여율을 보면 2004년 6.4%였던 것이 2007년 0.8%에 불과하다. 아마 예전에는 전자정부사업이나 민간의 금융·유통·의료 등 각 분야에서 인프라 구축이 활발했지만 이제는 신규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정부에서는 공공 프로젝트를 세워 계속 수요를 만들고 있다.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계약하는 규모만 봐도 IT용역계약은 2006년에 4060억원이었으나 2007년 6000억원, 2008년도 7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상반기 계약금액만 6033억원에 이른다. 연말까지는 9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IT계약에서는 일반 물품과 달리 가격보다는 기술수준을 중시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또 중소업계 지원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 사업에서 대기업 배제나 SW분리발주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중소업체는 여전히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수요부족 문제는 IT업계 전체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난해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기업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늘리더라도 IT수요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기업 시장이 찬바람이 부는 이상 전체적으로는 IT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방법은 해외에서 길을 찾는 것이다. 과거 전자정부사업이나 인프라 구축 등의 좋은 경험을 이용해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IT시스템 사업의 성격을 보면 건설, 조선 등과 같이 전형적인 수주산업이다. 이들 산업과 비교해 볼 때 SW산업의 현실은 너무 차이가 난다. 건설과 조선은 수출이 큰 역할을 하면서 국내 경기가 어려울 때 해외사업에서 이를 보완하고 국내 경기 좋은 때에는 국내 사업에 주력하는 형태다. 해외시장이 경기 완충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IT시스템의 해외수출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문제는 우리나라 대형 IT시스템 업체들이 시스템을 통합하고 관리하는 데 뛰어나지만 핵심 솔루션이 없기 때문에 해외사업이 이윤을 내기 어려운 측면이 커 해외 진출에 따른 인센티브가 적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건설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스스로 개발한 신공법이었다는 것이 IT서비스나 SW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국내 IT서비스기업들의 수출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대다수의 중·후진국이 경제성장과 정보화가 진행되면 수많은 IT사업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해외시장 개척에는 오랫동안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SW산업정책도 글로벌시각에서 수출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대형 SI업체들이 해외에서 수주해준다면 중소기업들도 덩달아 해외진출하게 돼 자연스러운 상생관계가 된다. 대기업 참여제한, SW분리발주 등 인위적 조치도 필요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SW업체들이 해외시장을 누비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구자현 서울지방조달청장 jkoo@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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