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릴레이 이슈 대기획 ‘미래를 여는 즐거운 창-포스트게임’ 1부는 게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다뤘다. 게임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논란이나 규제의 방향, 산업적 움직임 등이 모두 게임에 대한 현재 우리 사회의 인식에 맞물려 있다는 문제점에 따른 것이다. 어떠한 정책이나 시장의 흐름도 해당 사안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합의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난다. 그렇다면 게임에 대해 적절한 정책을 세우고, 게임이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의미있게 성장하기 위해선 게임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를 게임에 문화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의미지었다. 게임 문화시민권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5대 제언으로 제시한다.
◇게임은 이미 삶에 깊숙이 들어온 문화=‘오락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요즘 게이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모 웹진 연재 만화 주인공이 어려운 게임 미션에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내뱉는 말이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데는 별 이유가 없다. 그저 재밌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사실 TV나 영화를 보는 것도 보통은 그저 재미를 위한 것이지만 아무도 이를 비난하지 않는다. 엔터테인먼트는 ‘재미’가 가장 큰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엔터테인먼트인 게임에 대해선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예전에 만난 시민단체 모 활동가는 “게임은 마약이라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얘기까지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게임은 이미 전 국민의 놀이로 자리잡았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 조사 결과, 1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각 연령층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비율이 모두 70% 이상이 골고루 나왔다. 2000년 이후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2020년에는 10명 중 9명은 게이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적으로 게임은 ‘전국구’ 오락인 셈이다.
◇접근은 냉정하게=게임에 대한 거부 반응은 게임이 폭력적이고 사람들을 지나치게 몰입시킨다는 인식 탓이 크다. 그러나 몇몇 부정적 사례로 게임을 재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게임 내 폭력이나 사회 관계가 사람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학계의 의견은 갈린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강력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게임을 놓고 호들갑만 떠는 셈이다. 이관민 성균관대 교수는 “게임이 문제가 된다면 어떤 부분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접근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몰입 문제도 청소년들의 놀이 문화나 입시 등 사회적 환경과 개개인의 내적 상황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눈길을 끈다. 헨리 젠킨스 MIT 교수는 “중국의 경우 자녀들은 입시 압박을 게임으로 풀고 부모들은 자녀가 게임에 빠져 입시에 지장받을까 우려하면서 갈등이 생긴다”며 “그러나 이는 게임의 문제가 아니며 교육 환경 문제가 게임 중독 문제로 치환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육 제도나 게임에 대한 인식이 비슷한 우리도 새겨 볼만한 지적이다.
◇게임의 가치 끌어내자=게임은 ‘주어진 규칙 안에서 목적을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게임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학습 과정이며 다양한 사회성을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게임 세대의 이런 특성들은 미래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게임을 통해 친구와 가족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런 게임의 가치들은 기성 세대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게임이 지금까지와는 소통의 방식이 다른 도구이기 때문이다. 적극적 참여와 학습이 필요한 게임의 특성상 게임과 함께 자란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간극은 계속 커진다. 중국 베이징군구병원 중독치료센터 인즈 박사는 “이제 게임을 못 하게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게임을 즐기며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권한다. 이와 함께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는 “게임이 지나치게 상업화돼 문화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등 문화의 저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좋은 대중예술이 그렇듯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담은 게임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문화 시민권이란=사회 내에서 문화 콘텐츠로서 인정받고 문화 혹은 산업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함께 진다는 의미로 전자신문이 제안하는 개념이다. 게임의 권리는 문화 콘텐츠로서 각종 규제와 진흥에서 차별받지 않고 ‘시민’으로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의미이며, 게임의 의무는 좋은 스토리텔링으로 이용자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주고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게임 주체의 성숙도 측면을 볼 때 아직 우리나라 게임은 문화시민권을 획득했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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