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시작한 주문형비디오(VoD) 홈쇼핑인 ‘쿡TV쇼핑’이 홈쇼핑업체의 업무영역을 침해한 것인지를 논하는 역무 논쟁으로 비화하면서 IPTV·종합유선방송사업자(SO)·홈쇼핑업계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쿡TV쇼핑은 KT가 IPTV(쿡TV) 채널 779번에 서비스하고 있는 VoD TV쇼핑 가이드. SO업계와 홈쇼핑은 이 방송이 플랫폼사업자가 운영할 수 없는 사실상 실시간 ‘홈쇼핑’이라며 주장하고 있고 KT는 실시간방송이 아니라는 이유로 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 TV 상품방송의 중심인 홈쇼핑을 인터넷과 접목, 이를 자체 양방향 t커머스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조원대에 달하는 홈쇼핑 시장의 빅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홈쇼핑과 유사한 채널=최근 GS홈쇼핑·CJ오쇼핑 등 5대 홈쇼핑 정책팀은 KT IPTV가 운영하는 ‘쿡TV쇼핑’에 관한 대책 마련을 위해 2∼3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 프로그램은 VoD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유사 홈쇼핑’에 다름 아니라는게 홈쇼핑업계의 주장이다. 이 채널에선 KT커머스는 물론이고 5대 홈쇼핑이 제공한 상품이 VoD 형태로 번갈아 소개되고 있지만 KT커머스 VoD는 일반인이 보기엔 홈쇼핑과 별반 차이 없는 실시간방송처럼 보인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초기엔 홈쇼핑채널과 가까운 10번대에서 서비스하다 업계의 반발로 현재의 자리로 이동했다. IPTV법 제18조 제2항에 따르면 ‘IPTV에 상품 소개와 판매 프로그램을 전송하기 위해선 방통위의 별도 승인조치’가 필요하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이 채널은 사실상 유사 실시간 홈쇼핑채널로 봐야 하고 t커머스라고 하지만 현재 그런 서비스가 보이지 않는다”며 “조만간 방통위 정책 건의, 콘텐츠 중단 등 홈쇼핑업체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T는 홈쇼핑이 아니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KT 관계자는 “자회사인 KT커미스는 방통위에 VoD 통신판매사업자로 등록을 마치고 적법하게 사업 중이며 5대 홈쇼핑 외에 다양한 사업자에게 쇼핑몰 운영의 기회를 VoD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AK몰 등)”며 “앞으로도 IPTV 장점을 이용한 t커머스 서비스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O도 플랫폼 간 형평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특히 허가받지 않은 역무를 지적하고 있다. SO 관계자는 “쿡TV의 영업은 매체 간 사업자 간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걸 허용하면 SO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홈쇼핑을 운영할 수도 있어 시장에 혼란이 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쿡TV쇼핑, 홈쇼핑 역무까지 논의 번져=쿡TV쇼핑 문제는 플랫폼사업자의 역무까지 논의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홈쇼핑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IPTV·SO 등 플랫폼사업자들은 실시간은 아니더라도 홈쇼핑 기능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방송의 디지털화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TV홈쇼핑이 현재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인터넷쇼핑 규모로 시장이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이 논의를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KT 등 IPTV사업자들은 현재 TV 상품방송의 중심인 홈쇼핑을 인터넷과 접목시켜 이를 자체 t커머스로 키워갈 복안을 세우고 있다. IPTV의 장점이 양방향인 만큼 플랫폼과 가입자만 받쳐주면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자체 예상하고 있다.
KBS 등 방송사가 자사 인터넷 드라마에 상품 구매 기능을 삽입하려고 하는 노력이 이 같은 예다. SO도 겉으론 KT를 경계하지만 속내는 디지털케이블 t커머스 등을 이용, 홈쇼핑을 시험하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홈쇼핑업체가 긴장하는 이유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사업자가 직접 영업을 한다면 현재 좋은 번호를 배정하는 조건으로 내는 수천억원의 채널 수수료는 의미가 없다”며 “자체 홈쇼핑을 할 경우 개별사업자가 밀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 정확한 결론이 없는 상태다. 플랫폼사업자의 홈쇼핑 금지는 당연하지만 VoD 등 유사 서비스에는 구체적 제재안이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까진 적법한 사업권을 따서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어 보이며 향후 만약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고려해 볼 것”이라며 “이 모든 결정은 공정질서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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