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서비스 개시 후 이른바 10대들의 ‘필수게임’으로 우뚝 선 ‘던전앤파이터’. 1100만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던전앤파이터는 최근 동시접속자수 17만명을 넘기며 ‘던파’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던파의 인기는 10대 게이머끼리 인터넷상에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에서도 확인된다.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온 ‘던전앤파이터’ 관련 질문수는 10만건이 넘고 최근 열흘내 올라온 질문 건수만도 1000건을 훨씬 웃돈다. 최신 개봉 영화 중 10대들이 부담없이 볼만한 ‘아이스에이지3’에 대한 지식검색 질문수는 70여건에 불과하다. 단순비교는 곤란하지만 게임이 영화나 음악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이용자간 상호작용이 훨씬 더 풍부하며 흡입력이 매우 강한 콘텐츠 문화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아이가 휴대폰이나 MP3플레이어를 생일선물로 사달라고 졸랐지만 지금은 주저없이 닌텐도를 사달라고 합니다. 이미 갖고 있는 반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사주고는 싶지만 자칫 너무 몰두할까봐 선뜻 그러지도 못하네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느 주부의 고민이다. 두뇌 트레이닝 열풍을 몰고 오며 초등학생들의 이른바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 된 ‘닌텐도DS’. 국내에서 지난 6월말 기준 누적 200만대를 팔아치웠다. 게임 타이틀, 액세서리까지 포함하면 닌텐도 관련 물품만 수백만개가 거뜬히 팔려나간 셈이다. 비록 성장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20∼30대와 여성층까지 공략한 닌텐도의 성공은 게임 대중화와 그 잠재적 가능성을 확연하게 느끼게 해 준 사례다.
게임은 더 이상 머리 긁적이며 머쓱하게 즐기는 변방의 오락이 아니다. 당당한 국민 여가문화의 중심이다. 게임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게임을 즐긴다. 연령, 성별에 따라 장르나 이용시간은 다르지만 게임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점 줄고 있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게임조사에서도 2000년부터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이 급증하기 시작, 10년째 이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 성장세를 감안, ETRC가 회귀분석을 통해 추정한 2020년 우리나라 게임 이용률은 88.6%에 이른다.그래프 참조
그야말로 국민 게이머 시대다. 불과 10여년 앞으로 다가올 게임 사회의 미래를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게임의 잠재성과 가치를 놓칠지도 모른다.
◇Do you play Game? Yes, We do!=대한민국 국민의 가장 대표적인 여가문화는 TV시청이다. ETRC가 최근 일반인 1000명의 여가시간과 행태를 조사한 결과, TV 시청에 일주일 평균 1인당 13.5시간을 할애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 그러나 두번째를 차지한 것은 단연 게임이다. 게임에 할애하는 시간은 1주일 평균 9.4시간으로 음악(6.9시간), 여행(2.1시간), 영화·비디오(1.6시간)을 합한 것과 맞멎는다. 특히 20대에서는 게임과 TV시청에 대한 할애시간이 12시간 남짓으로 엇비슷하게 나타났다.그림 참조
또 게임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259명 가운데 43.6%가 게임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30대의 39.1%와 40대 이상의 43.7%가 향후 게임을 하겠다고 응답해 연령층을 막론하고 게임 사용자가 될 개연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게임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세대통합의 여가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10년후면 게임은 10대부터 50대까지 모두가 즐기는 문화 아이콘이 된다. 따라서 ‘학업과 업무를 방해하는 일부 중독자들의 고독한 놀이’라는 기존 인식만으로는 미래 게임의 잠재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게임 세대’가 몰려온다=게임세대를 기존 세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주체의 등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존 벡 노스스타리더십그룹 회장은 그의 저서 ‘게임 세대 직장을 점령하다’에서 게임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와 비교하며 ‘미국 경제 역사상 가장 거대한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 직장인 2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조사 결과를 통해 “이들 세대가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한 교훈 속에는 엄청난 효용성이 내재돼 있다”며 “올바르게 관리하고 보강한다면 중간 관리자 개개인과 팀, 회사 전체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30대가 게임문화 현상의 중심에 서 있다. 2000년 전후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으로 게임을 접한 당시 20대 젊은이들은 10년이 지난 지금 30대 사회인으로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는 핵심 이용자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30대 직장인 이종민씨는“당시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않으면 대화에 끼지 못할 정도로 게임이 대표적인 세대문화의 상징이 됐었다”며 “한번쯤 폐인이 된 경험도 갖고 있지만 게임에서 협업 네트워크와 역할 의미, 문제해결 능력에서 많은 경험을 체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각과 인식 ‘턴어라운드’ 필요=우리나라도 이제 ‘게임 세대’가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며 사회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따라서 ‘게임 세대’와 ‘게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전 국민 게이머’ 시대를 능동적으로 맞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주대 게임학과 유석호 교수는 “게임은 이미 일반인들의 의식 속에 포기할 수 없는 문화 요소로 자리잡았다”며 “게임에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하고 시장 기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논의를 이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바 아키라 도쿄대 교수는 “일본에서도 여전히 게임을 ‘놀기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게임 이용자들이 어떻게 게임을 즐기고 협업하는지를 파악하는 연구와 교육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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