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ㆍ경제단체 “연장” 한목소리
정부가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그간 산업계가 이 제도를 통해 얼마나 혜택을 받아왔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제조업, 정보처리업 등 29개 업종의 기업이 기계장치 등 설비에 신규 투자하는 경우 투자금액의 일정률을 법인세 또는 사업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조세 감면 제도다.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이 제도 덕분에 큰 세액 절감 효과를 누려왔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더 연장을 해주기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말로 일몰시키는 대신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주요 산업의 설비투자 비중이 큰 만큼 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하는 것이 더 절실하다는 의견도 산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 임시투자세액공제 혜택 얼마나 받았나 =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해마다 수원, 탕정의 반도체·LCD 공장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면서 투자세액공제를 통해 연간 수천억원을 절감하고 이 금액으로 다시 투자를 하는 구조로 운용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연간 수십억에서 수천억원 수준의 공제를 받는데, 공제금은 다시 투자금액으로 집행된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신규투자를 준비해야 하는데 투자규모가 위축될까 우려된다"면서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 된 배경에는 민간투자가 있었고, 투자확대가 경기회복의 중요한 요소임을 고려해 세액공제 일몰시한 연장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진행되는 철강업계의 경우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시 가장 큰 세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전체 투자금액이 4조8000억원이고, 세액공제 금액만 1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에는 전체 투자금액이 7조3000억원, 국내 설비 투자만 4조7000억원으로 그 규모가 한층 커졌고 당분간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어서 제도 폐지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각각 1조원 이상 사업비가 소요되는 광양 후판공장, 포항 신제강공장의 경우 내년 준공을 앞두고 막판 투자를 집중할 예정이어서, 세액공제가 종료될 경우 부담 증가가 불보듯 뻔하다.
충남 당진에 대규모 고로 건설을 준비중인 현대제철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내년에도 기계 등 생산설비만 수천억원대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임시투자세액 공제에 따른 투자비용 절감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법인세가 2%포인트 가량 인하되더라도 투자세액공제에 따른 비용절감과는 수혜 규모가 비교되지 않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임시` 투자세액공제라지만 장기간 상시화됐는데 갑자기 폐지한다면 업계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다"면서 "폐지하더라도 2~3년 예고 기간을 두고 기업들이 대비하게 하거나, 최소한 이미 진행중인 투자에 대해서는 공제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SK그룹은 투자의 60~70% 가량을 차지하는 SK에너지와 SK텔레콤의 경우 임시투자세액 공제를 받은 액수가 지난해 각각 118억원, 800억원에 달했다.
매년 SK에너지는 110억~200억원 수준, SK텔레콤은 800억~850억원 수준으로 공제를 받는다.
LG화학은 최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LCD용 유리기판 사업 등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연장될 경우 사업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화학의 설비투자(CAPEX) 금액은 2007년 4168억원, 지난해 6396억원에서 올해는 대폭 증가한 8600억원 이상을 계획하고 있다.
◇경제단체들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한 목소리 = 재계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이 제도를 존치 또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함께 전국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의 87.7%가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1.6%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폐지될 경우 향후 투자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고 12.3%는 `현재 수립돼 있는 투자계획을 축소하거나 수정하겠다`고 답했다고 상의는 전했다.
손영기 상의 금융세제팀장은 "기업 대부분은 임시투자세액공제가 내년에도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 제도가 없어지면 투자계획을 줄이거나 추가적인 투자를 안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손 팀장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기업 투자가 절실하며 정부도 재계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성장을 바라면서 투자를 장려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모순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아직 경제위기가 극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좀 더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총 최재황 이사는 "벌써 출구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면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중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