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 세율, 적용시기 모두 아직 미정이다.”
에너지 다소비 모델에 부과할 개별소비세율을 두고 기획재정부가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관계부처와 개별소비세(개소세) 적용 품목 및 세율, 시행시기 등을 놓고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백색가전’ 제품 중 냉장고와 에어컨·TV·드럼세탁기 4대 품목 중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모델에 5%의 개소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개발할 시간을 주기 위해 내년 4월 1일 출고분부터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개소세 부과 기준 단위를 냉장고의 리터, 에어컨의 평형, 드럼세탁기의 ㎏ 등이 아니라 전력소비량(W)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재정부가 “아무 것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은 개소세 부과를 강력히 반대하는 가전업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가 검토 중인 세율 5%는 애초 거론된 10%나 8%에 못 미친다. 또 가전제품의 특소세가 완전히 폐지된 2004년 9월까지 에어컨과 PDP TV에 적용된 특소세율 16%와 8%보다 낮은 것이다. 현행 개소세법상 가장 낮은 2000㏄ 이하 승용차의 세율과 같다.
이처럼 예상보다 낮은 세율을 검토하는 것은 제도 시행에 반대하는 가전업계의 반발과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할 필요성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5%를 적용해 개소세액의 30%만큼 따라붙는 교육세와, 개소세 및 교육세 합계의 10%를 부과하는 부가가치세까지 부과하면 실제 세율은 7.15%가 된다. 같은 용량이라도 전력소비량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재정부의 함구를 놓고 반대 의견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시간 벌기’라는 관측과 부과 방침 철회를 고민 중이라는 관측이 엇갈렸다. 낮은 세율까지 검토 중인 현 상황으로 봐서는 전자의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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