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수평적 규제` 핫이슈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수평적 규제와 수직적 규제 개념

 방송 규제를 매체별이 아닌 플랫폼과 콘텐츠를 나눠 하는 이른바 ‘수평적 규제’ 도입이 통신방송정책 핫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일본 정부가 이를 적극 도입할 움직임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우리나라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13일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수평적 규제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큰 윤곽조차 마련된 것이 없다”며 “수평적 규제로 전환했을 때의 장단점을 앞으로 심도 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중·장기적인 검토과제여서 아직 구체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지만 수평적 규제로 갈 필요성을 방통위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송의 수평적 규제는 지상파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매체별로 사업 인허가부터 행정제재까지 규제하는 ‘수직적 규제’에서 탈피한 새로운 규제 틀이다. 이를테면 지상파TV, 케이블TV와 같은 매체의 구분 없이 뭉뚱그려놓고 순수 방송 네트워크(플랫폼) 운용과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을 분리해 각각 규제 형태를 달리하는 방식이다. 수평적 규제는 통신분야에서 어느 정도 정착한 규제 틀이지만 방송 분야에선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방송에서 수평적 규제가 정착하면 향후 통신과 방송을 한데 묶어 단일 규제 틀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일본은 총무성의 방송통신융합검토위원회가 지상파TV와 라디오 방송 인가와 관련해 전파를 송신하는 설비(하드웨어·플랫폼)와 프로그램 제작(소프트웨어·PP) 등으로 구분하는 것을 골자로 한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통신과 방송을 지상파방송, 위성방송 등의 사업 형태로 분류하는 현행 제도를 △전파를 송신하는 ‘전송설비’(플랫폼) △타사의 프로그램 방송을 하도급으로 시청자 및 이용자에게 전송하는 ‘전송서비스’ △프로그램 제작업무에 해당하는 ‘콘텐츠’(PP)의 3개 분야로 재편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방송통신융합검토위는 나아가 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정보통신법(가칭)으로 단일화하고, 이 같은 수평적 규제 틀을 적용하는 방안도 마련, 내년 입법화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방송은 물론이고 통신과 방송을 하나로 아우르는 수평적 규제 틀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검토위는 한때 인터넷상의 영상이나 정보 등도 규제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표현의 자유에 저촉된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혀 일단 보류했다.

법 개정이 마무리되면 일본은 명실상부하게 통신과 방송을 하나의 규제 틀로 가져가는 정책의 일대 전환이 이뤄지게 된다.

일본이 융합 규제 정책 도입에 적극 앞장서면서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통신 분야에서 △전송(시내·시외·국제·인터넷전화 구분 없이 플랫폼) △주파수 할당 △회선 설비 △콘텐츠 등 수평적인 분야로 사업 허가를 내주는 수평적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방송은 TV·라디오·케이블TV, 위성방송 등 매체별로 수직적으로 인가해준다. 일본의 현행 규제 틀도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일본의 새 정책 방향을 놓고 일본 민간방송연맹 등은 공공 성격의 방송에 행정이 개입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 법 개정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미디어법 개정 이후 방송사와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수평적 규제 도입이 일본보다 더 큰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방통위의 당면 정책 과제도 방송의 경쟁 체제 도입이 우선이어서 방송의 수평적 규제 도입은 일본에 비해 늦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정훈·심규호기자 jhchoi@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