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 컴퓨터칩 제조업체인 인텔에 물린 사상 최고액의 벌금 판결 과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EU의 정책 결정 과정을 검토하는 옴부즈맨 니키포로스 디아만두로스가 최근 비공개 보고서에서 집행위의 대(對) 인텔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 과정에 결함이 있었음을 지적했다고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옴부즈맨은 보고서를 통해 EU 집행위가 이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6년 8월 개인용컴퓨터(PC) 제조업체인 델 관계자들을 면담했지만 세부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델 관계자들은 인텔의 경쟁업체 AMD 제품이 성능 면에서 뒤져 인텔의 칩을 사용했다며 인텔에 유리한 증언을 했으나 이런 면담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는 것. 이 사실은 인텔이 집행위 측에 그동안의 조사 기록 열람을 요청함에 따라 드러난 것으로 집행위가 의도적으로 기록을 누락하거나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옴부즈맨의 비공개 보고서가 인텔에 부과된 벌금 처분을 뒤집지는 못하지만, 유럽 1심 재판소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한편 EU 집행위는 인텔이 AMD 등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방해할 목적으로 자사 컴퓨터칩을사용하는 PC 제조업체들에 수년간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일삼았다며 지난 5월 10억6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인텔에 부과된 벌금은 지난 2004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운용체계(OS) ‘윈도’에 ‘윈도 미디어플레이어’를 끼워팔아 시장 경쟁을 해치고 소비자에 피해를 준 혐의로 EU 집행위가 부과한 4억9700만유로의 2배가 넘어 수치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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