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짝퉁폰도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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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선전시의 젊은 사업가 리우(31)씨는 고가의 흰색 BMW를 몰고 다닌다. 당연히 진짜 ‘BMW’지만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검정색 스마트폰은 ‘짝퉁’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이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사업가다. 그는 “가짜지만 블루투스나 GPS, 와이파이,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음성 녹음기 등 없는 기능이 없다”며 “이 제품에 50만달러를 쏟아부었다”고 거리낌없이 소개했다.

 4일 CNN은 이른바 ‘산자이’로 불리는 중국의 짝퉁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팽창한 비결과 현황을 소개했다.

 ◇다섯대 중 한 대는 짝퉁폰=중국 CCID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휴대폰 7억5000만대 중 20%에 달하는 1억5000만대가 짝퉁폰이었다. 이중 5100만대가 중국 내에서 판매됐다.

 칼 위버 중국 휴대폰 전문가는 “산자이 폰은 암시장은 물론이고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라며 “사업적인 측면에서 정말 돈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3000∼4000개에 달하는 짝퉁폰 제조업체가 등장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10여명의 직원이 소규모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였다. 가격도 점점 내려가 최근 판매되는 짝퉁폰의 평균 가격은 100달러 가량이다.

 ◇거대해지는 짝퉁폰 생태계=수년 동안 ‘산자이’라는 용어가 유행어를 넘어 하나의 문화·사회적 현상으로까지 굳어진 것에 대해 외신은 기술과 정책·수요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5년 등장한 대만 미디어텍의 ‘턴키 솔루션’은 짝퉁폰 확산에 결정적 기폭제가 됐다.

 미디어텍의 칩은 복잡한 휴대폰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단일 칩에 통합해 누구나 쉽게 휴대폰을 만들고 신모델을 빠르게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도록 한다.

 또 산자이 휴대폰 열풍은 중국 정부가 휴대폰 제조업체 수를 제한하는 관련법을 완화하면서 한층 거세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짝퉁폰 수요가 넘치는 가운데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관련 기술까지 뒷받침되면서 그야말로 짝퉁폰이 유통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완성했다는 분석이다.

 ◇단명하는 짝퉁폰, 그 다음은?=노키아와 같은 휴대폰 업체들은 이러한 짝퉁폰의 공습에 중국 정부와 공조 아래 근절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정부조차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대표적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테크놀로지스의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짝퉁 제조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신은 최근 짝퉁 제조업체들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흐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여전히 이들 업체가 탈세와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지만 적지 않은 기업이 합법적인 사업 허가를 따내고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 변신하고 있다는 것.

 또 짝퉁 업체들이 경기 침체기에 부품 업체들의 생존을 책임지게 된 것도 이들에 대한 적극적 단속이 불가능했던 이유라고 외신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다수 짝퉁 제조업들은 단순히 유명 휴대폰을 베끼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중국 현지 사정에 맞는 자체 제품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대만이나 홍콩 등지로의 출장이 잦은 영업 담당을 겨냥해 심(SIM) 카드 슬롯이 2개인 제품부터 농부들이 작업 시간에도 잘 들을 수 있도록 초대형 스피커를 장착한 제품, 위조 지폐를 감별할 수 있는 특수 광선이 나오는 제품까지 천차만별이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수개월 안에 수백 개의 산자이 기업이 치열한 경쟁 속에 문을 닫았으며 이들은 노트북PC나 디지털 카메라 등 또 다른 짝퉁 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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