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대기업들의 매출액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20개 상장사(금융회사와 실적발표를 연기한 기아차는 대우조선해양으로 대체)의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이 88조8853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3분기 89조4천774억원에 거의 근접한 것이며 작년 동기의 88조639억원과 전분기의 79조8388억원에 비해 각각 0.9%와 11.3%가 늘어난 것이다. 이들 시총 상위 20개 기업의 실적은 전체 유가증권시장 내 상장사 실적의 거의 절반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전체 상장사 실적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5조9766억원으로 작년 동기의 8조8418억원에 비해서는 32.4%나 줄었다. 하지만 전분기의 1조2079억원에 비해서는 무려 394.8%나 증가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6.72%를 기록해 작년 3분기의 6.87%에 근접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4분기 0.29%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1분기 1.51%로 돌아선 뒤 이번 분기 가파른 회복세를 보여줬다.
시총 상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작년 2분기까지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가 금융 위기가 본격화된 작년 3분기 5.31%까지 하락했으며, 같은해 4분기엔 대규모 영업적자로 인해 -5.08%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1분기 0.8%로 회복된 뒤 이번에 5.06%로 ‘V’자 회복세를 보였다.
전종우 삼성증권 거시경제파트장은 “미국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 데는 비용 절감이 크게 작용했지만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IT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대기업들은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4분기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경쟁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이나 운전자금 등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지 못했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내부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을 위한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의 니혼게이자신문은 지난달 31일 ‘한국기업들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라는 기사에서 “최근 한국 주요 수출기업 실적 호전은 단순히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만은 아니다”며 “글로벌 수요 회복 초기 단계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증산·투자에 발 빠르게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권상희 기자=shkwon@etnews.co.kr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매출·영업이익 비교 (단위:억원·%)
연도 분기 매출액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2008 1분기 803,229 77,304 9.62
2분기 880,639 88,418 10.04
3분기 894,774 61,458 6.87
4분기 856,352 2,522 0.29
2009 1분기 798,388 12,079 1.51
2분기 888,853 59,766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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