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 전문성 강화로 선량한 국민의 피해 줄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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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 저작권법 시행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크다. 일각에서는 국민 모두를 범죄자로 만드는 악법이라는 성토가 쏟아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저작권을 더 확고히 보장하기 위해 일벌백계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개정 저작권법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은 의혹의 눈길을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저작권위원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의 산하기관 통폐합 작업 일환으로 저작권 관련 기관들이 모여 통합 저작권위원회로 재탄생했다. 저작권위원회 수장을 맡은 이보경 위원장(52)은 조직 통합 과정에서 겪은 피로를 재충전할 새도 없이 하루를 48시간처럼 보내고 있다. 어느 통합 조직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인 내부 갈등 봉합 방안을 먼저 질문으로 던졌다.

 -저작권위원회도 통합 과정에서 임금 격차나 상반된 문화 등으로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조직의 화학적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갖고 있습니까.

 ▲다른 산하기관 통합은 하나의 중앙부처 소속에서 출발하지만 우리는 출발이 달랐습니다. 한 조직은 옛 정통부 소속이었고, 다른 한 조직은 문화부 산하였습니다. 조직의 규정 자체가 달랐기에 시작부터가 곤란했다고 볼 수 있죠. 결국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겠지만 우선은 인사교류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합니다. 양쪽 기관의 인력을 골고루 섞어 친밀감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조직의 외형은 어떻게 변했습니까. 또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해 내년을 아우르는 목표를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본부 단위가 9개에서 5개로 줄었고 팀도 21개에서 14개로 줄었습니다. 간부들이 확 줄었죠. 보수와 직급을 조정하는데 애로점이 많았습니다. 양 기관의 역할이나 비전이 달랐기 때문에 이를 공유하는 작업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 다음은 저작권전문기관으로서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는 일입니다. 저작권 담당 기관이 정부에 소속된 사례는 드뭅니다. 그만큼 책임감이 크죠.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표적인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통합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무엇입니까.

 ▲솔직히 말해 소속 부처가 달라서 늘 영역 싸움을 했습니다. 과거에는 종합적인 정책 수립이 불가능하고, 집행도 힘들고 중복도 잦았습니다. 일단 그 다툼이 해소돼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제 저작권 관련 이슈는 모두 저작권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게 된 셈이죠. 콘텐츠 산업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기쁩니다.

 개정 저작권법으로 인한 국민들의 혼란은 여전히 크다. 법적으론 패러디까지도 저작권 위반 사례가 될 소지가 높다. 특히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삼진아웃제 도입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연 어떤 경우에 삼진아웃제가 적용될지, 또 제도 시행에서 중요한 공정성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들어봤다.

 -저작권이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어느 정도 사회적 동의가 있지만 삼진아웃제 남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공정성 확보 방안을 갖고 있습니까.

 ▲선량한 국민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저작권은 반드시 지켜져야겠지만 가벼운 위반 사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삼진아웃제는 말 그대로 상업적 목적으로 상습적인 저작권 위반 행위가 세 번 이뤄져야 내려지는 최후의 조치입니다. 첫 번째 경고조차도 이른바 상습 불법복제업자가 아니면 받기 어렵도록 만들겠습니다. 저작권위원회는 중립적인 전문기관입니다. 권리자나 이용자 한편에 치우쳐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이를 위해 심의 체계도 강화하고 장르별로 전문 인력도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정 저작권법을 두려워해야 할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한마디로 말해 불법복제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여전히 국내에는 불법 웹하드 서비스가 창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겉으로 합법적 서비스로 위장하고 있는데 실상은 사회의 독버섯 같은 존재입니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을 뿐 아니라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음란물 배포까지 버젓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할 방침입니다.

 저작권 보호는 단속이 능사가 아니다. 선진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으로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처벌만능주의가 아닌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화제를 옮겨봤다.

-청소년들에 대한 저작권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청소년 저작권 교육 강화 방안, 교육부와의 협력 계획 등을 알고 싶습니다.

 ▲저작권 문제 해결의 열쇠는 청소년들이 쥐고 있습니다. 저작권의 중요성을 모르는 청소년이 많은데 30년 후면 이들이 사회의 주력이 됩니다. 저작권위원회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 청소년과 교사들의 저작권 교육에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학교 교육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희망 학교가 대상이라서 부족합니다. 관건은 정규 교과과정 반영입니다. 위원회가 세미나를 열어서 교과서 집필진에게 저작권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저작권 내용이 들어가게 됐습니다. 교사연수의 폭도 넓혀나가겠습니다.

 -청소년 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계층이 더 있습니까.

 ▲변호사입니다. 저작권 위반 고소의 남발을 막고 정확한 저작권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최근 대한변협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초임 변호사들에게 대한 직무교육을 합니다. 우리는 초임 변호사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변호사들은 지방에서 다시 저작권 교육의 강사로 활약하게 됩니다. 법조계의 변화와 전문 교육 인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안입니다.

 그래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일부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거론한다. 우리 콘텐츠가 해외에서 무차별로 복제, 배포되고 있다. 반대로 외국 콘텐츠의 저작권이 국내에서 지켜지지 않는 현실도 있다.

 -저작권 관련해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지나친 걱정입니다. 가벼운 저작권 위반이 이어진다고 해서 중형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상업성을 전제로 한 대량 불법복제 행위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방침입니다. 절차상 의견진술 기회도 있습니다. 사람 세 번 다치게 했다고 설마 무기징역을 선포하는 우매함을 보이겠습니까.

 -해외에서 한류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도 심각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이 있습니까. 반대로 해외 콘텐츠에 대한 국내 침해 사례도 많습니다.

 ▲해외의 한국 콘텐츠 불법 콘텐츠 복제 비율을 살펴보면 태국은 79%, 중국은 80%에 달합니다. 해외 사무소가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데 솔직히 예산 부족으로 인력이 두세 명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현지 관련 기관과 협력해 최대한의 효과를 내보겠습니다. 해외 콘텐츠 보호도 중요하지만 이 역시 인력이 관건입니다. 우선 통상마찰의 여지가 있는 국가의 콘텐츠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USTR의 지재권 감시 대상국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국가 통상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쾌거입니다. 과거 미국은 저작권 침해를 앞세워 통상압력을 가했습니다. 이제 이를 해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다른 나라에 지식재산권을 지켜달라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채권자로 바뀐 셈이죠. 이번 개정 저작권법에 외국의 관심이 높습니다. 이런 노력들을 더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보경 위원장은?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어학과를 졸업, 서울대학교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뉴욕주립대학교대학원 행정학 박사를 했다.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 합격을 시작으로 공직에 몸담기 시작해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실, 문화관광비서관, 문화관광부 문화산업국장, 문화관광부 종무실장, 문화관광부 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제8대 저작권위원장에 부임한 이후 한국저작권위원회 설립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돼 두 기관의 통합을 총괄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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