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대기전력 1W 시대] 줄줄 새는 돈 年 5000억 확 줄인다

대기전력 경고표시제 대상 품목이 지난 1일 TV 단일 품목에서 컴퓨터·모니터·프린터·복합기·셋톱박스·전자레인지 등 7개 품목으로 대폭 확대됐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 1월 대기전력 저감 우수 제품 모델 수가 2450개에서 7월 현재 4561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우리나라가 작년 8월 세계 최초로 시행한 대기전력 경고표시제도는 에너지 절감 정책의 대표 모범 사례로 기업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는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기전력 저감 기준에 미달한 대상 제품은 ‘대기전력경고표시제품’이란 노란 딱지(?)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해 소비자의 구매 판단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외 기업들은 PC 등 세트 제품의 대기 전력을 줄인 제품을 내놓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그린IT 개발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대기전력 1와트(W) PC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 1일 PC를 대기전력 경고표시제 대상 품목으로 추가 지정함에 따라 PC의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낮추는 기업의 노력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1가구 1PC 시대’에서 ‘1인 1PC 시대’로 PC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민관의 이 같은 노력은 대한민국을 ‘IT코리아’에서 ‘그린 IT코리아’로 거듭나게 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전력을 손쉽게 줄이면서 지구환경 보전운동에도 참여하는 방법인 절전형제품을 구매하는 데 대기전력 경고표시제가 제 역할을 한다.

정부는 파워서플라이 정격소비전력이 1000W 이하면서 상업용 또는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컴퓨터를 대상으로 오프모드(전원 스위치를 이용해 전원을 오프시킨 상태) 시 데스크톱PC는 2W 이하, 노트북PC는 1W 이하의 절전 성능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서버 전용 컴퓨터, 워크스테이션, 대기상태 원격지원 컴퓨터는 제외하고 있다.

◇대기전력 1W PC 도입 배경= IT 인프라의 확산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고 온실 가스 배출량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컴퓨터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대기상태(standby)에서도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 등 대기시간에 버려지는 사무·가정용 IT 제품의 에너지비용은 우리나라 가정·상업 부문 전력사용량의 10%를 넘고 있다.

PC 사용에 따른 전력 소비 양상을 분석해 보면 근로자의 평균 업무시간 중 약 40%는 휴식 혹은 식사 등으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데스크톱PC의 90%가량은 전원 관리 구성 옵션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리서치 기업 ‘포레스터 컨설팅(Forrester Consulting)’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전력으로 인해 연간 약 560억㎾h,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전력 비용이 손에서 물이 새듯이 낭비되고 있다. 가트너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2%가 IT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고 전력 소모량은 연간 1000억㎾h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여러 IT 전문 조사 기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IT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분야는 PC와 모니터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억대의 PC와 모니터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전체 IT 분야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40%, 전 세계 에너지량의 1%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도 PC 등 평균 3억대의 전자 제품이 쉬지 않고 3.66W의 대기전력을 소모하고 있다. 이는 85만㎾급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과 맞먹는 규모다. 비용으로 치면 연간 5000억원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대기전력 절감 노력=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 효율성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PC와 모니터의 전력 절감에 주목해야 하고 있다. 녹색 성장과 에너지 효율성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에너지 절감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소비전력 및 대기전력 절감기술을 적용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에너지 효율을 40% 절감해 제품사용 시 전기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절감하기로 하는 등 가전·IT 기업들은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대기 전력도 1W 수준 이하로 낮추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부도 대기전력 절감을 위해 ‘스탠드바이코리아(Standby Korea) 2010’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은 모든 전기제품의 대기전력을 1W 이내로 줄이기 위해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대기전력경고표시(라벨)를 전기기기의 보이는 부분에 부착하는 것을 의무화해 대기전력을 감소시킨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줄이면 범국가 에너지 절약 효과는 2010년 1100GWh/년(1210억원), 2020년에는 6800GWh/년(7480억원)의 전력이 절감돼 각각 53만톤, 329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억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면 2010년까지 전기에너지 누적 절감량은 가구당 170㎾h, 전국적으로 2550GWh(2,805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된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대기전력 1W PC를 구매하게 되면 소비자가 일일이 플러그를 뽑는 불편 없이도 기술적으로 대기전력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며 “기업들이 마케팅 일환으로 대기전력 저감 우수 제품 라벨 부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용어 설명=대기전력이란 TV, 컴퓨터 등 전자제품은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대기 상태에서도 전력을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즉, 외부의 전원과 연결만 돼 있고, 주 기능을 수행하지 아니하거나 외부로부터 켜짐 신호를 기다리는 상태에서 소비되는 전력이다.

대기전력은 전원 오프 시 소비 전력 뿐만 아니라 무부하모드(no load), 리모컨 오프 시 소비전력(passive standby), 네트워크 통신 중 대기전력(active standby), 작동 중 대기상태 소비전력(sleep mode) 모두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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