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사이보그는 외부의 공격으로 몸체가 심하게 파손된 상태에서도 놀라운 복구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적을 감지하는 기계 눈은 정교한 카메라와 탐지기 기능을 겸비했다.
미래의 전투에서 군인들은 SF영화에서처럼 머리 뒤쪽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피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수 섬유로 만든 군복을 입으면 사방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미리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이 최근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줄 고감지 다변형 섬유를 개발했다.
이 섬유를 옷감에 넣으면 렌즈 없이도 빛의 파장을 받아들여 이미지를 전송하는 ‘휘는 카메라’ 기능이 가능해지는 것.
기존 카메라는 이미지를 인식하는 장치인 렌즈에 의존한다. 렌즈는 유리 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파손되거나 사물을 보는 능력이 약해지면 사진을 찍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MIT가 개발한 이 섬유는 빛의 파장이 입력되면 각각의 섬유와 연결된 센서에 전자 신호가 닿아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연결된 모니터로 전송할 수 있다.
나노기술에 기반한 이 섬유는 크기와 기능 측면에서 빛과 정보를 전달하는 광섬유와 유사하지만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빛을 이미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연구팀의 요엘 핑크 박사는 “이 기술은 카메라 렌즈의 약점을 보완한 것으로 옷감 전체가 이미지를 수용할 수 있다”며 “렌즈가 망가지면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지만 이 옷감은 일부분이 손상돼도 다른 부분으로 촬영이 가능하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그는 “렌즈 없이 섬유 자체로 이미지를 모을 수 있는 기술은 처음 등장한 것”이라며 “시각과 이미지 기술 발전에 새 장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향후 이 섬유로 만든 옷이 전쟁터에서 360도 각도로 적군의 움직임을 탐지하거나 새로운 사진 기술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 나노분야 저명학술지인 ‘나노레터스(Nano Letters)’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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