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 기업의 중도 하차로 무산 위기에 놓였던 일본의 민관 공동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가 잔류기업 후지쯔를 중심으로 재개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잔류를 결정한 후지쯔만으로도 프로젝트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 계획대로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는 민관 협동으로 총 1154억엔(약 1조526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초당 1경회(1조회×1만)의 연산처리 능력을 가지는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내년 말까지 개발하고, 2012년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슈퍼컴퓨터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NEC와 히타치제작소가 지난 5월 경영 부담을 이유로 잇따라 중도 탈퇴를 선언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직면했다. 본지 5월 15일자 3면 참조
하지만 문부과학성은 이 프로젝트가 정보화 세계 최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주력 개발사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당초 일정대로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차세대 슈퍼컴퓨터의 구성방식은 크게 바뀔 전망이다. 애초 계획은 벡터형과 스칼라형 2계통 연산부를 가지는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슈퍼컴퓨터 개발이 목표였지만 벡터 진영의 NEC와 히타치제작소의 이탈로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초 계획에서는 NEC와 히타치제작소가 전용 초소형 연산처리장치(MPU)를 사용, 기후변동 예측 등에 강점을 보이는 벡터 계통의 개발을 담당하고, 후지쯔가 범용 MPU를 병렬로 연결해 유전자 해석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스칼라 계통을 정부 측 연구기관 이화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해 이 둘을 조합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벡터 진영의 개발 기업들 모두가 프로젝트에서 빠짐에 따라 프로젝트 잔류 회원들은 스칼라형 단독으로 세계 최고 성능을 구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 여부를 조사해온 문부과학성 산하 전문위원회는 스칼라형 단독으로도 최고 속도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부과학성은 슈퍼컴퓨터 구성 방식을 수정해 목표 성능을 달성하려면 시스템 성능을 대폭 강화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총사업비는 당초의 1154억엔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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