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DDoS 대란 계기…"청와대 정식 직제로…"
지난 7월 7일 발생한 사이버 대란, 불협화음을 빚는 사교육 정책 등의 정부 내 혼란상을 계기로 IT특보, 과기특보와 같은 자문기구보다 청와대 내에 IT·산업 수석 또는 정보과학수석과 같은 정식 직제에 기반을 둔 IT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일 청와대에 IT컨트롤타워를 두겠다고 밝힌 데 이어 참모회의 등을 거쳐 IT특보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정리했으나 3개월을 앞둔 19일 현재까지 인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IT특보와 과기특보가 대통령과 수시로 대면해 업계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마저도 청와대의 이 같은 행태를 계기로 ‘청와대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문기구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한계를 드러낸다는 불만으로 바뀌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최근 전자신문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정통부가 사라지고 기능이 축소돼 여러 부처로 나뉘면서 협조 조정이 안 되고 있으며, 민간사업자와 관계 기관의 공조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부처마다 역할이 있고 사각지대도 있어 하나로 통일하는 것보다 하나처럼 조정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조정해야 할 청와대가 혼란에 빠지면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7·7 사이버 대란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은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이를 국가 사이버테러로 규정짓고 “한마디로 심각한 사태”라고 밝혔으나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피해 부분이 부풀려진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정책은 조정 부재는커녕 정부 정책의 우선 관심사에서 밀려났다. 교육과 과학기술 정책 현안을 조정하는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실은 워낙 국민적 관심사인 입시와 사교육 등 교육 현안에 매몰돼 과학기술정책에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 정책을 놓고 시각이 다른 교육과학기술부와 미래기획위원회 간의 교육정책 조율에도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이견을 보인 국가 연구개발(R&D) 정책 조정도 여전히 겉돈다. 교과부와 지경부 담당 비서관이 각기 다른 수석실에 배치된데다 우선순위에서 교육현안에 밀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뒤늦게 대통령 과기특보와 교과문 수석을 중심으로 관련 부처 차관이 참석하는 과학기술정책조정협의회를 최근 신설했지만 교육현안에 시달리는 교과문 수석이 중심 역할을 할지 미지수다.
대응에 미숙함을 보인 사이버 테러 처리는 당장 문제점이 드러나 추후라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IT, 과학기술, 산업 육성과 같은 중장기 정책은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피해는 당장 나타나지 않아 나중에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때를 놓치기 쉽다.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정부 조직 체계를 그대로 반영한 청와대 조직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이를테면 교육과 과학기술을 합쳐놓은 교육과학기술부를 그대로 두더라도 청와대 조직만은 둘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교과문 수석 밑의 과학을 따로 떼어내고 교육을 사회정책 수석 산하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은 행정부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백악관 내에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정보책임자(CIO), 사이버안보보좌관 등을 둬 각 행정부를 조정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조직 체계의 문제점을 청와대 내에 보완하는 것이 절실하다”면서 “청와대 내에 조직 개편 논의를 진행하는만큼 IT, 과학기술, 녹색성장, 사이버테러, 정부생산성극대화(정보화) 등을 총괄할 수 있는 IT·산업 수석이나 정보과학산업 수석 등을 적극 고민해 볼 때”라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