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을 둘러싼 각종 법·규제 등의 변화로 보험사 IT부서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IT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주요 화두다.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보험업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은 보험회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금흐름 방식의 보험료산출체계(CFP) 도입 등 준수해야 할 각종 규제사항도 늘고 있다. 덩달아 IT 대응도 분주해지고 있다. 경영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정보시스템 인프라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2회에 걸쳐 준비한 ‘법·규제준수 사항에 따른 보험업계 IT이슈’ 연재의 일환으로 이번호에는 각종 법규 및 규제준수 사항에 따른 보험업계의 IT변화, 보험사의 대응방안 등을 분석했다.
<하>IT대응 방안
보험업계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IT대응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아직은 고민단계이지만 향후 큰 변화를 가져다 줄지도 모를 소액결제서비스 시행, 보험판매전문회사 설립 등에 대비한 IT대응이 그 첫번째다. 두번째는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이다. 이미 보험사의 리스크관리 영역은 오래 전부터 시스템 구축이 단계적으로 진행된 상태다. 지금은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등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대응하는 것도 핵심적인 IT대응 과제 중 하나다.
◇판매전문회사·소액결제 ‘고민’=보험업법 개정으로 판매전문회사 설립이 활성화되면 IT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기존의 보험판매전문회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 대형 판매전문회사인 유퍼스트, 리더스라이프, A+에셋 등은 영업인력만도 1000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 보험사 중심으로 보험판매 전문회사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 보험판매 전문회사들은 향후 생·손보 복합상품을 비롯해 보다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게 된다. 이런 만큼 보험사와 관계에서 협상권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판매 전문회사도 반드시 IT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복잡해진 상품 판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힘들게 되고, 이런 식으로는 보험사에 대한 협상권을 강화하기 힘들다.
판매전문회사들도 자체적으로 고도화된 상품판매시스템과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 등을 보유하게 된다. 또 기본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IT인프라도 갖출 것이다. 과거 방카슈랑스 제도 도입시 은행과 보험사 간의 시스템 연동이 이뤄졌던 것처럼 보험판매 전문회사와 보험사 간의 시스템 연동도 이뤄져야 한다.
보험판매 전문회사의 설립 활성화는 은행 내부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보험사에 대한 협상권이 강화된 보험판매 전문회사는 보다 다양한 상품을 보험사에 요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비 보험사는 상품처리시스템을 지금보다 정교하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따라서 대규모 IT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현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일부 수정하는 작업들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호 교보생명 상무는 “보험판매 전문회사 같은 신규 채널 도입으로 기존 시스템이 대규모로 변경되지는 않겠지만 IT조직 내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소액결제 서비스 제공에 따른 IT시스템 변화도 대규모로 이뤄져야 한다. 증권사들은 내달 초부터 소액결제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 금융결제원과 소액결제망을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소액결제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보험사도 소액결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IT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결제원과 망을 연결하는 작업은 단순하지만은 않다.
보험업계 한 CIO는 “그동안 은행의 가상계좌를 통해 보험료 이체 등이 이뤄져왔다”며 “소액결제서비스를 하게 되면 고객에게 계좌를 만들어 줄 수 있어 주거래고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보험사들이 소액결제서비스 시행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또 다른 보험업계 한 CIO는 “보험사가 소액결제서비스를 제공해 종합금융사로 발돋움하려는 전략은 있지만 실제 소액결제를 통한 거래가 보험료 이체 외에는 많지 않아 증권사처럼 적극적으로 소액결제서비스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많은 비용이 드는 소액결제시스템 구축도 증권사보다는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 추진 활발=보험업계가 제일 시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과제는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이다. 기존에 보험업계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신용, 시장, 운영, 보험 등의 리스 크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 왔다. 특히 지난 2007년 4월 보험사에 대한 리스크평가제도(RASS)가 시행되면서 이와 관련된 시스템 등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소형 보험사들은 아직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리스크관리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하더라도 부분별로 구축돼 있어 전사적인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향후 자산부채의 공정가치 평가와 감독당국의 감독체계가 변경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사적리스크관리체계(ERM) 확립이 시급하다. ERM은 보험사의 전사적 전략, 프로세스, 인프라, 경영환경 전반에 대해 리스크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즉, 각종 리스크를 감안한 전략을 수립하고 전략 실행도 리스크 기반으로 할 수 있도록 IT시스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성과평가에도 리스크가 활용되게 된다.
ERM 체계는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진행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은 지난해 개별적으로 구축돼 있는 리스크관리시스템을 초기 단계에서 통합하는 작업을 1차로 진행한 데 이어 통합 전사적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비재무리스크에 대한 재구축 작업을 진행했다. 미래에셋생명도 기존 ALM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자체적인 리스크관리 IT시스템을 보유하기 보다는 금융감독원에서 마련한 리스크관리 템플릿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CFP 도입으로 인한 시스템 구축도 보험업계의 고민이다. CFP는 모든 보험사가 적용해야 하는 사항이다. 이에 따른 시스템 구축 범위가 큰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이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변액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변액보험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도 검토되고 있다. 제일 먼저 미래에셋생명이 변액보험리스크관리시스템을 구축, 가동에 들어갔다. 시장기준내재가치(MCEV)는 외국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시스템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대형 생보사 중심으로 K-IFRS 대응=대형 보험사들은 K-IFRS 등 컴플라이언스 대응이 활발하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모두 K-IFRS 시스템 구축에 착수한 상태다. 손보업계에서는 한화손해보험, 동부화재, 삼성화재 등이 K-IFRS 도입을 위한 IT시스템 구축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계열사 간에 연결재무제표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전 계열사의 공시 데이터를 한 곳으로 모아 놓을 수 있는 데이터마트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문제는 K-IFRS4에 포함돼 있는 보험계약 2단계 내용을 적용하는 사항이다. K-IFRS4에 따르면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반영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이를 위해서는 보유계약에 대한 미래 현금흐름 추정이 필수적이다. 자산운용수익률을 고려한 할인율 조정도 결산마다 필요하다. 그렇지만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안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부분을 적용하기 어렵다.
현재 삼성, 교보, 대한 등 생보업계 빅3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시스템 구축은 대형 생보 3개사 외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이와 함께 대형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내부통제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정가입률을 낮추고 보험사기로 지출되는 보험금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 교보생명은 보험리스크관리강화 프로젝트를 통해 보험사기방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보험가입시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전 과정서 발생되는 데이터를 한 곳으로 통합해 상품별, 급부별, 지역별, 유형별로 각종 데이터를 계량화해 이를 적용,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시스템이다.
신혜권기자 hkshin@
유태준 삼일PwC 상무 tjyoo@sam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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