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강국코리아, 다시 시작이다] (7)‘와이브로’ 도약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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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와이브로를 이용한 모바일 IPTV 시연회가 마련돼 이방인의 눈을 집중시켰다.

 와이브로를 이용한 IPTV 시연회를 체험한 각국 정상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는 “놀랍다”와 “신기하다” 등 감탄사를 잇따라 쏟아냈다.

 유선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시청하기 쉽지 않은 자국의 환경과 비교, 이동 중에 TV 시청이 가능한 우리나라의 앞선 기술력을 향한 부러움과 놀라움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와이브로’는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외국으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우리나라를 대표적인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하지만 상용화 4년차에 진입하는 ‘와이브로’의 성적표는 우울하다.

 KT와 SK텔레콤이 지난 3년간 각각 7300억원과 6600억원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는 20만여명에 불과하다. 커버리지 또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제외하면 극히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규제기관은 KT와 SK텔레콤이 당초 와이브로 사업권을 획득할 당시 약속했던 투자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와이브로’ 경쟁 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 원천기술을 보유한 에릭슨이 LTE를 기반으로 한 4세대(4G) 이동통신 장비 기술 이전을 위해 국내에 투자할 것이라는 소식 등등은 와이브로 사업자를 둘러싼 안팎의 환경이 우호적으로 전개되고 있지 않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와이브로’ 종주국인 우리나라조차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 기술표준으로 LTE를 채택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정도다.

 규제기관은 “에릭슨의 투자 확대와 기존 와이브로 정책기조와는 별개”라고 단정했다.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에릭슨의 투자 확대로 우리나라 장비 업체가 LTE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이해해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용화한 와이브로와 오는 201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LTE 간 기술개발·서비스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KT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 투자에 소극적이다. 가입자 규모는 여전히 ‘게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와이브로 특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와 콘텐츠는 전무하다.

 자칫 ‘안방’에서 주도권(4G 이동통신 표준)을 내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이처럼 와이브로를 둘러싼 제반 환경과 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차제에 지난 3년간의 공과를 바탕으로 ‘와이브로’의 지향점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기관의 ‘와이브로’에 대한 방향 설정 등 로드맵 제시가 선행돼야 할 우선 순위라고 지적한다.

 국가 차원의 명쾌한 전략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업자의 과감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획기적인 와이브로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수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다. 사업자의 사기를 북돋우고 소기의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때로는 규제기관의 융통성과 과감함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전략적 시장 진출 및 국내와 해외 간 이원화 전략 등을 실현가능한 ‘와이브로’ 활성화 대안으로 손꼽았다.

 전 세계 ‘와이브로’ 시장 전망은 ‘쾌청’ 그 자체다.

 오는 2010년 ‘와이브로’ 이용자가 3600만명(3688만명)을 넘어 2011년에는 7000만명(6987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어 오는 2012년에는 1억명(1억3366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단위로 ‘와이브로’ 이용자가 2배씩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예측치다.

 ‘와이브로’를 앞세운 글로벌 시장 공략을 늦출 수도, 늦춰서도 안 되는 이유가 자명한 셈이다.

 섬이 많은 나라와 장애물이 없는 사막 지역처럼 지형적으로 통신망 구축이 어려운 나라를 찾아 전략적 수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이브로 사업자 또한 지속적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를 발굴하고 사업모델을 개발,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는 등 와이브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게 와이브로 확산에 기여하는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우즈베키스탄(KT)과 요르단(SK텔레콤) 등 성공 사례를 기초로 전 세계 20여 국가에서 상용화 된 ‘와이브로’를 국가 브랜드로 널리 알려한다는 주장이다.

 통신 기술 선택은 보수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업자가 검증하고 인정한 기술을 선택하느라 최대한 보수적으로 시각을 견지한다.

 ICT 강국으로 위상이 높은 우리나라가 국가 브랜드로 ‘와이브로’를 알리면 전 세계 통신사업자의 와이브로 선택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와이브로’를 수출하면 막대한 로열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와이브로는 칩, 단말기, 시스템 장비, 서비스, 콘텐츠 등 관련 산업에 대기업·중소기업 등 120여개가 참여하고 있다. 와이브로 수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세계 ICT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나 다름없는 셈이다.

 학계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이동통신시장의 비약적 발전을 주도했다”고 전제한 뒤 “CDMA 강국이란 찬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1995년부터 10년간 CDMA 원천기술 업체인 퀄컴에 기술료로 지급한 비용이 3조원에 이르렀다는 점을 되새결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행가능한 ‘와이브로’ 활성화 대안이 무엇인지 와이브로 세계 진출 확산을 도모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한 셈이다.

 휴대폰 수출강국인 우리나라를 통신 기술과 장비 수출 강국으로 도약시킬 유력한 유망주가 ‘와이브로’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세계화에 성공하려면 시장 적기진입(타임 투 마켓)이 결정적인 요소로, 답보 상태인 내수 시장에 연연하기보다 해외 시장으로 눈과 귀를 하루빨리 돌려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