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 시장 확산의 일등 공신인 아마존의 ‘킨들’이 출판업계엔 적이 되고 있다. 아마존의 파워가 막강해지면서 출판사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블룸버그는 e북 콘텐츠의 가격 결정을 두고 아마존에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출판업계의 이야기를 전했다.
◇아마존, e북 시장의 무법자=출판업계가 e북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투자분석회사 샌포드 C. 번스타인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종이책의 권당 수익은 26센트 정도지만 e북은 2.15달러로 8배 이상 많다. 시장 성장세도 놀랍다.
미국출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북 콘텐츠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한 2580만달러(약 330억원)로 집계됐다. 여전히 전체 출판 시장의 2%에 못 미치는 규모지만, 종이책 시장이 7% 감소한 데 비해 성장세가 눈에 띈다.
시장을 이끄는 것은 단연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현재 e북 단말기로 ‘킨들2’와 ‘킨들 DX’를 각각 299달러, 489달러에 팔고 있다. 30만권에 달하는 e북 콘텐츠는 건당 9.99달러에 판매한다. 업계는 2012년께 아마존이 e북 사업부문에서 2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측했다. 콘텐츠와 하드웨어의 막강한 조합으로 e북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출판업계는 e북 콘텐츠 가격인 9.99달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격이 너무 낮고, 아마존이 e북 시장을 독점하면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한다는 불만이다.
◇킨들은 아이튠스다(?)=미국작가협회의 폴 아이켄 사무장은 “시장이 처음에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이후 산업 전체가 결정된다”며 “업계 전체가 아마존이 시장을 고정시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킨들이 애플의 아이팟 콘텐츠 판매사이트 ‘아이튠스’처럼 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다. 애플은 아이튠스에서 99센트에 음악 파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이팟과 아이튠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가격은 99센트로 표준화됐다.
클라우디오 아스페시 샌포드 C. 번스타인 연구원은 “9.99달러는 아마존에도, 출판사에도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가격을 12.5달러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실제로 폴 아이켄 미국작가협회 사무장은 아마존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책에는 출판사에 권당 12∼13달러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아마존도 일부 책에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쟁자에 희망을=출판업계는 킨들의 경쟁자가 늘고 있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플라스틱로직’ ‘퍼스트페이퍼’ 같은 업체가 새로 e북 단말기 시장에 진출했고, 구글은 연말께 출판업체들이 인터넷으로 e북을 직접 팔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CBS도 지난달 문서 공유 사이트 ‘스크리브드(Scribd)’와 협력해 온라인으로 e북 콘텐츠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독일 e북업체 ‘아이렉스테크놀로지스’도 미국 시장에 진출, 미 신문사들과 협력해 새 단말기를 내놓기로 했다.
아마존은 실제로 e북 시장에 새로운 업체들이 속속 가세하면서 지난주 킨들2의 가격을 60달러 내렸다.
출판사 지니오(Zinio)의 리치 마기오토 CEO는 “e북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아마존이 출판업계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며 “아마존은 출판사가 가격을 정하도록 하고 마진폭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판업계가 e북 콘텐츠 제작을 서둘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투자은행 팬뮤어코든의 알렉스 드 그루트 연구원은 “e북이 많이 팔릴수록 출판사들도 책 제작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출판업계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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