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쟁만 하다보니 협력이 뭔지 제대로 모른다.” 지난 7월초 지식경제부의 주최로 개최된 ‘대·중소기업 상생 IT혁신사업 발대식’에서 한 발표자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협력’의 뜻부터 배워야 한다”고 꼬집어 말했다.
그가 이같이 말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IT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들이 나왔고, 정부에서는 해마다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매년 큰 변화없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한 것이다.
이제 시대가 많이 변했다.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을 높이는 데도 이제 한계가 있어 보인다. 기업간 생태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가 온 만큼 이제는 대기업이 직접 나서서 중소 협력 업체들을 키워나가야 한다.
상품의 품질은 최종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대기업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협력업체들과 동반 노력을 해야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협력하지 않으면 생산성도 높일 수 없다. 협력 업체와의 유기적인 협업 체제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을 대기업들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인식하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다르다는 게 문제다. 최근 한 대기업이 하청 업체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백지화했다. 또 다른 기업은 협력 업체에 납품 대금의 지급을 연기했다. 협력 업체의 기술 특허를 침해한 대기업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실용신안권을 침해 후 제품의 무상 사용을 요청했다가 어렵게 되자 외산 제품으로 변경해 버린 사례도 있다.
사실상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런 사례들은 비일비재하다. 납품 단가 인하, 지나친 품질 수준 요구, 발주 불규칙 등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대기업과 협력 업체들간의 문제다. ‘지금도 그럴까’ 싶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들 모두 국내에서 ‘파워풀’한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에 불거진 최근의 일이다. 대기업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더 엄밀하게 얘기하면 협력을 위장한 지위 남용인 것이다.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적대적 경영 환경 속에서 성장해 왔다. 뼈저리게 아픈 경쟁을 거치면서 탄생한 스타 기업들도 많다. 협력·상생과 그동안 다소 거리가 멀다 보니 중소 협력업체들과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협력사의 협업을 위한 대응 체계도 당연히 그들의 몫이라며 전가시켜왔다. 또 IT 상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협력업체들과의 정보 공유는 꺼려왔다. 거래와 매출 정보의 노출에 대해 지나치게 방어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협력업체들의 의견이다. 또 대기업들은 코드 표준화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계속적으로 엇박자가 난다면 올해 추진하는 상생 IT혁신 사업도 더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우려가 많다. 협력은 ‘힘을 합해 서로 도운다’는 뜻이다. 대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필요하고, 중소기업 역시 자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다. 서로의 힘을 합해 시장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 협력의 진정한 목적이다. 지금부터라도 협력과 상생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깊이있는 IT상생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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