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디지털화는 비단 플랫폼의 변화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화된 TV는 시청자에게 보다 많은 채널을 안긴다. 이론상 디지털 TV는 무한대의 채널과 콘텐츠를 실어 보낼 수 있지만 통상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은 100∼200개의 채널을 시청자를 위해 서비스한다. 그렇지만, 이는 아주 큰 변화다. 아날로그 시절, 지상파 5∼6개와 40∼50개의 PP가 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디지털화된 채널은 많은 콘텐츠와 또 HD급의 양질의 화질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HD급 콘텐츠는 아날로그 시절에 비해 화질이 높아졌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배우들의 숨구멍까지 볼 수 있는 HD콘텐츠는 시청자들이 소비 패턴도 바꿔 놓고 있다. ‘피부 좋은 배우가 쓴 화장품이 인기’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IPTV, 새로운 매체의 등장=요즘 대한민국은 IPTV 열풍이다. 인터넷으로 TV를 본다는 단순한 가정하에 탄생한 IPTV는 한국 사람들의 TV 보는 습관을 바꿔놨다. KT, S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유선통신사들이 서비스하는 IPTV의 가장 큰 장점은 ‘양방향성’이다. 인터넷과 PC 기반의 플랫폼에서 탄생한 IPTV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흘리지 않는다. 흘러가는 콘텐츠를 바쁜 시청자들을 위해 막는다. 시청자들은 IPTV를 켜는 순간, 자신들이 원했던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분명 매력이다. 지상파, 아날로그 시절, 흘러가는 콘텐츠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시청자들은 IPTV가 등장한 순간, 시청 주권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양방향성과 함께 IPTV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은 ‘무한대의 디지털화된 콘텐츠’다. 디지털 플랫폼이 디지털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는 TV산업에선 아주 큰 변화다. 지금까지 100% 디지털화된 미디어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 케이블TV가 있지만 케이블TV는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나뉘는 만큼 순도 100% 디지털 매체는 아니다.
IPTV 시청자들은 디지털화된, 그것도 HD급의 콘텐츠를 본다. 이것은 TV2.0 시대가 가져다 준 가장 큰 효과다. 과거엔 화질이 떨어지는 아날로그 콘텐츠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IPTV 시대엔 다르다. 현재 IPTV는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대부분 콘텐츠를 HD급으로 제공하고 있다. 가입자들의 호응이 이어짐은 물론이다. 가입자들의 긍정적 평은 다만 콘텐츠와 화질에 그치지 않는다. HD급 화질 콘텐츠는 단순히 ‘보는 화면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측은 “100% 디지털 미디어의 첫걸음인 IPTV는 TV 시청 트렌드를 모두 바꿔 놓고 있다”며 “IPTV확산이 TV 교체를 이끌고 있다는 것만 봐도 IPTV가 시청자에게 주는 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도 다채널 합류=얼마 전 방송통신위원회는 케이블TV 요금제에서 ‘아날로그 기본형 상품’의 폐지를 허락했다. 아날로그 케이블TV에서 1만5000원 이상의 비교적 고급 상품인 이 요금제 폐지를 방통위가 허가한 데는 ‘더 이상 아날로그 기본형’이 팔리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아날로그 기본형을 이용했던 대부분 가입자가 이미 디지털 케이블TV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렇듯 디지털 케이블TV는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았다. 현재 전국에서 디지털 케이블을 시청하고 있는 고객은 220만명 정도다. 전체 케이블 가입자의 10%를 점하고 있지만 이 비율은 점점 늘고 있다. 가입자들은 사로잡고 있는 디지털 케이블TV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다. 뛰어난 화질과 100여 개가 넘는 무한 채널. 특히, 화질은 사람들이 디지털 케이블에 가입한 가장 큰 이유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케이블TV를 보는 사람의 대부분이 최근 아날로그 케이블TV 화질에 대한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디지털 케이블에서도 어떤 콘텐츠를 선호할까. 지금 디지털 케이블TV 디지털 중에서도 HD급 또는 SD급 콘텐츠를 혼용해 내보내고 있지만 스포츠 채널의 경우 100% HD급 콘텐츠만을 전송하고 있다.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 경기의 경우 HD급 콘텐츠가 절대적인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HD급 화질로 전송되던 스포츠 경기에 맛들인 한국 스포츠팬들은 더 이상 질 낮은 화질의 경기 중계를 보지 않는다. 이런 높은 수준의 스포츠 중계는 스포츠 관람 행태까지 바꾸고 있다. 현장보다 더 현장스러운 중계가 디지털 시대에 가능해 진 것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케이블TV는 최소 아날로그 시절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채널을 서비스할 수 있다. 100개가 넘는 콘텐츠를 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가입자와 HD급 PP 부재로 아직 이 정도는 되지 않지만 시간 문제다.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들은 ‘디지털화’되는 순간 아날로그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늘어난 콘텐츠는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좋다. 과거 아날로그 시절에 확보되지 못했던 콘텐츠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전자산업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늘어난 콘텐츠를 보기 위해 시청자들은 디지털TV를 잇달아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케이블 콘텐츠 전송 능력의 증가는 한국 전자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여러 증거는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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