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 서버 총판에 `직판 금지령`

 한국HP(대표 스티븐 길)가 서버 총판이 암묵적으로 전개해 온 ‘직판(직접판매)’ 관행 바로잡기에 나섰다. 외국인 CEO 취임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점쳐졌던 유통망 체질 개선작업이 시작됐다는 평이다.

 한국HP는 최근 서버 총판에 중간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직접판매를 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관행처럼 굳어진 총판의 직접판매 비즈니스를 금하고, 총판의 본래 기능인 유통 등 간접판매에 주력하라는 뜻이다.

 총판은 서버 유통망에서 최상위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정 규모의 재고를 관리하며 고객이 아닌 2차 협력사(리셀러)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그간 국내 대부분 총판은 재고물량 부담과 직접판매 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직접판매를 병행했다.

 한국HP는 “HP 본사의 유통정책은 직접판매와 간접판매 조직을 엄격히 구분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특수한 시장상황을 반영해 일정 부분 예외가 인정됐다”며 “앞으로는 원칙에 따라 총판은 간접판매에 주력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총판은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서버 시장에서 단순히 HW 유통만으로 수익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 고객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솔루션과 연계한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 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직접판매와 간접판매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령 국내 은행 대부분이 IT 전문 계열사를 통해 서버를 조달하는데, 이때 총판이 IT 계열사에 제품을 공급하면 직접·간접 판매 구분이 모호해진다.

 이에 대해 한국HP는 “유통사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국내 시장상황을 반영한 예외조항을 마련할 것”이라며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1월까지 구체적인 시행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HP 서버 총판으로는 영우디지탈, 정원엔시스템, 한국정보공학, DK유엔씨, LG엔시스, SK네트웍스 등이 활동 중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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