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Innovation Leader-"프로세스 혁신으로 ERP 효과 극대화 모색"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이후 전사 혁신을 추진 중입니다. 지금은 이에 따른 효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ERP 시스템을 가동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사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의 이상훈 상무는 그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ERP 가동 후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프로세스 혁신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프로세스 혁신 전문가다. 그가 맡고 있는 부서도 프로세스 혁신(PI) 부문이다.

 이 상무는 지난 2004년 11월 현대오일뱅크에 PI팀장으로 입사했다. 이듬해 3월 그는 PI부문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ERP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사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작업인만큼 쉽지 않았다. 변화관리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현대오일뱅크 최초로 영업·지원·구매·회계·인사 등 전사 영역을 아우르는 ERP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이 이제는 현대오일뱅크의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기반이 됐다.

 ◇ERP 이후의 고민=“지난 5월로 ERP 시스템을 가동한지 3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여러 지표를 설정하고 프로세스가 혁신됐는지를 모니터링해왔습니다.”

 현대오일뱅크는 ERP 가동 초기에는 향후 5년간 지표를 모니터링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3년으로 줄여서 지난 5월 공식적인 모니터링 활동을 완료했다. 이 상무는 그만큼 프로세스 혁신 목표를 상당 부문 달성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신용보증회사에서 주유소 보증업무를 처리하는 프로세스가 대표적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에 대리점을 허가할 때 주유소로부터 보증을 받는다. 따라서 ERP 구축 이전에는 주유소 영업담당자가 직접 보증서를 받아 사내에서 처리해야 했다. 이로 인해 실제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 상무는 “ERP 시스템 가동 이후 이러한 프로세스는 모두 사라지게 됐다”며 “주유소 관계자가 직접 신용보증서를 제출하면 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과거에는 주유소에서 전화로 주문을 하고 이를 영업담당자가 받아 입력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주유소에서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주문을 하고 자동으로 이를 처리하도록 하는 프로세스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영업담당자의 영업시간 확보는 물론이고 전화 주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주문 오류도 상당부분 줄일 수 있게 됐다.

 결산기일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 비해 마감시간을 상당부분 단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가동에 들어간 e어카운팅시스템도 ERP 가동에 따른 후속 과제로 추진된 것이다.

 초기 ERP 도입 시에는 전표가 많이 생성되면서 사용자 불편이 잇따랐다. 또 매입세금계산서를 전자화해야 하는 요구도 있었다. 이로 인해 전표에 전자결제시스템인 e어카운팅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구축 완료 시점에 매출세금계산서도 전자화해야 하는 규정이 마련돼 추가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모든 지표가 달성된 것은 아니었다. 이 상무는 “모니터링 기간을 3년으로 줄여 완료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지표가 목표치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개선해야 할 프로세스들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영업담당자의 실질적인 영업 투입시간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영업담당자의 행정업무 2가지 프로세스, 현장업무 3가지 프로세스 총 5가지 프로세스에 개선 과제를 도출했다.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1년에 2번씩 실시했다. 그 결과 행정업무와 현장업무 비율이 60대40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했다.

 “당초 목표치에 이르지 못한 것은 목표치 설정 당시 외국 사례를 많이 참조했기 때문에 현실에 안 맞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 프로세스는 목표치를 다소 낮추더라도 올해도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ERP를 가동하고 이를 업무에 적용시키다 보니 아직 자동화되지 못한 부분들을 발견하게 됐다. 이 상무는 “ERP를 가동해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보였다”며 “이로 인해 중간 중간에 수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들이 발생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런 부문에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먼저 품질관리시스템부터 BPM 기반으로 구축키로 했다. 이후 BPM은 위험관리 차원에서 자주 발생되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거래를 처리하는 업무시스템에 적용됐다.

 ◇액션러닝으로 1500개 과제 혁신=현대오일뱅크에서 이 상무의 중요한 또 하나의 업무는 ‘액션러닝’을 주관하는 것이다. 액션러닝은 6시그마 같은 혁신 방법 중 하나다. 조직의 주요 이슈 해결, 리더십 개발 및 조직문화 변화의 핵심 방법으로 보잉·GE·3M 등 글로벌기업들이 활용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실제 비즈니스 이슈를 해결해 나가면서 그 과정에서 배우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상무는 “지난 2002년부터 액션러닝으로 매년 약 200개씩 총 1500개의 과제를 혁신했다”며 “초창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현재는 70여개 팀에서 매년 2∼3개씩 과제를 직접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160개 과제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동안 기업 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 바쁘게 달려온 이 상무에게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고민이 있다. 바로 조직 문제다. 현대오일뱅크는 다른 기업과 달리 PI부문장이 CIO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IT부서는 PI부문이 아닌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있다. 따라서 IT 기반의 경영 혁신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조직과 이를 실행하는 조직이 분리돼 있는 셈이다.

 이 상무는 “혁신조직과 실행조직이 분리돼 있는 것이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며 “혁신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개선해 나가는 그림을 그리기에는 현재의 조직 구성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고민해야 할 점이 많다고 그는 토로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이상훈 상무는

영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이수했다. 1991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했으며 이후 딜로이트컨설팅 등에서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2004년에 현대오일뱅크에 입사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PI부문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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