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빛난 `뉴 LG전자`] (상)체질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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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1월, 5개 사업본부 체제로 조직을 새로 손질한 ‘뉴 LG전자 호’가 이달 말로 꼭 6개월을 맞는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시장이 바짝 움츠렸을 때 LG전자는 불황 정면 돌파를 목표로 조직을 바꾸고 사업군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인력 조정보다는 비용 절감을 통한 체질 개선에 주력했으며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신사업에 뛰어드는 도전을 감행했다. 6개월 동안 LG전자의 강행군은 벌써 돋보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LG전자의 저력과 배경 등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믿고 맡긴다. LG의 전통적인 경영철학이다. 그룹을 책임지는 구본무 회장은 계열사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구본무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가 정식으로 만나는 자리는 매년 2회 정도의 ‘컨센서스 미팅(CM)’이 전부일 뿐이다. 일단 뽑아 놓으면 잘하든지 못하든지 그냥 믿고 맡길 뿐이다. 여기에는 믿지 못했다면 아예 맡기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배어 있다. 계열사 경영도 마찬가지다. 그룹 간판 주자인 LG전자만 해도 철저한 책임경영 체제가 불황의 파고를 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을 축으로 산하에 5개 사업본부를 두고 있다. 큰 그림만 부회장이 관여할 뿐 각 사업본부장이 사실상 경영의 처음(A)에서 마지막(Z)까지를 모두 책임지고 있다. LG전자는 올 초에 디지털디스플레이(DD), 디지털미디어(DM), 생활가전(DA), 휴대폰(MC) 4개 본부 체제를 TV(HE), 휴대폰(MC), 가전(HA), 에어컨(AC), 솔루션(BS) 등 5개 사업본부로 재편했다. 글로벌 기업 LG전자를 모토로 시너지 차원에서 사업을 쪼개고 묶어 새로 진용을 갖췄다. 이어 각 본부별로 책임을 지고 자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 과감한 베팅 결과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불과 3개월 만에 성과를 냈다. 믿고 맡기는 책임경영이 오히려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LG전자는 경기 불황 한복판이었던 올 1분기, 역대 1분기 매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 12조 8530억원, 영업이익 4556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으로 산업계를 놀라게 했다. LG전자는 지난해에도 매출액 49조3330억원, 영업이익 2조1331억원이라는 ‘사상 최대’로 실적을 끌어 올렸다. 각 사업부 실적도 눈부시다. 휴대폰은 올 2분기 사상 처음 세계시장 점유율 10%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TV도 소니를 제치고 LCD TV 시장 2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LG전자는 또 책임경영과 함께 비용 구조 개선으로 ‘불황에 강한 조직’으로 체질을 확 바꿨다. 다른 글로벌 경쟁 기업이 인력 조정을 내세울 때 오히려 비용 구조를 혁신하는 방식의 ‘역발상 경영’을 펼쳤다. LG전자는 구매 비용 1조원을 비롯한 회사 전 부문에서 2조원 등 3조원 비용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재고 자산 축소, 매출 채권 현금화, 공급망 관리 최적화, 통합 구매 등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올해 LG전자 소모성 자재 구입은 사업본부에 따라 지난해 대비 25∼30% 가량 줄었다. 임직원도 경비 절감에 동참하면서 개선 효과도 더욱 뚜렷해 지고 있다. 과감한 투자도 불황 타개의 비법이다. LG전자는 지난 3월 그룹 차원에서 총 2600억원을 투자해 ‘서초 R&D캠퍼스’를 세웠고, 올해에도 7조4000억 원을 연구개발비 등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4세대 단말기, 스마트폰과 모바일TV, 네트워크TV 등 차세대 기술 개발 등이 주된 분야다.

체질 개선 성과는 2분기에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남용 부회장은 연초부터 불황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회사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누차 강조하면 조직을 추슬러 왔다. 주요 증권사에 따르면 LG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인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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