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시네마 읽기] 호러로 무장한 `부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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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팬은 여름이라면 생각하는 도시가 있다. 바로 부천. 부천이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온다. 장르영화의 상징적인 숫자 ‘13’의 강렬함을 모티브로 내세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지난해보다 더욱 막강한 라인업으로 문을 연다. 세계 호러 마니아를 열광시킨 파스칼 로지에 감독 작품인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에서부터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판타지 영화 ‘크라바트’까지 보다 강렬하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장된 작품이 대거 포진해 있다.

 국내의 다른 영화제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부천만의 특별한 라인업은 마니아 관객은 물론이고 새로운 영화에 목말라하는 일반 관객까지 골고루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6일 독특하고 막강한 영화들로 제13회의 문을 여는 부천영화제는 오는 29일 오전 11시 일반상영작 예매를 시작한다.

 일반 예매 전 팁을 위한 몇 작품을 소개한다.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은 개봉 당시 프랑스 평단과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파스칼 로지에의 두 번째 장편영화. 이 영화는 순교자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두 소녀가 각각 순교자와 희생자가 되는 과정을 거쳐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잔혹성을 아름답고 아찔한 영상으로 담아 새로운 호러 영화의 원형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화장품 브랜드 ‘디올 스노’ 광고로 유명한 밀렌 잠파노이가 출연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소도시 ‘폰티풀’을 배경으로 무서운 재미를 선사할 영화 ‘폰티풀’은 라디오 방송국의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재난을 섬뜩하게 끌어가는, 브루스 맥도널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국내 영화팬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감독이 세밀하게 깔아놓은 설정이 각 사건들과 만나면서 보는 재미는 물론이고 피부에 와 닿는 오싹함으로 느끼는 재미까지 입체적 즐거움을 안겨줄 전망이다.

 이와 함께 부천영화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섹션인 금지구역의 ‘인육국수’와 ‘V소녀 대 F소녀’는 관객들을 강렬한 즐거움의 세계로 안내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도쿄 잔혹경찰’로 제대로 된 사지절단영화를 선보인 니시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도모마쓰 나오유키 감독과 공동 연출한 ‘V소녀 대 F소녀’는 프랑켄슈타인 대신 프랑켄걸이라는 독특한 주인공을 내세워 잔혹하지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일본 저예산 고어영화의 넘치는 에너지와 니시무라만의 유일무이한 특수효과의 세계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작품.

 이와 더불어 점(占)이라는 소재를 독특한 비주얼로 담아낸 문제작 ‘인육국수’는 근래 보기 힘든 태국 영화로 호러의 정점을 맛보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두툼한 고기와 진한 육수로 인기를 끄는 국수 가게가 배경인 인육국수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살을 에는 듯한 고어영화 특유의 고통스러운 쾌감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특히, 영화제 기간 모이테송 티와 감독이 내한,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돼 있어 제대로 된 인육국수를 맛볼 좋은 기회를 선사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상영됐던 마르코 크로이츠파인트너 감독의 독일영화 ‘크라바트’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영화로 국내 판타지 독자들에게도 유명한 동화작가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의 원작을 실사로 만든 작품이다. 17세기 유럽의 고즈넉한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동적인 판타지 드라마인 이 영화의 타이틀롤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로 주목받았던 데이비드 크로스가 연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익숙한 관객이나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를 갈구했던 관객이라면 감독이 펼쳐놓은 묵직한 모험에 도전해도 좋을 것이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