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형콘텐츠산업포럼 좌담회] `CG산업의 현재와 미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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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정우성·고소영 주연의 영화 ‘구미호’는 한국 영화사에서 뜻깊은 작품이다. 국내 영화 중 최초로 컴퓨터그래픽(CG)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15년 동안 ‘괴물’ ‘디워’와 같은 영화는 물론이고 방송·게임·의료·국방에 이르기까지 CG는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트랜스포머’ ‘캐리비안의 해적’ 등 할리우드 유명 영화에 한국인 CG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CG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CG산업 규모는 250억 남짓으로 여전히 영세하다. CG는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의류·의료·건축·국방 등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기술이고 산업이다. 정부가 융합형 콘텐츠 산업의 5대 핵심 분야로 CG를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금융에서 출발한 미국의 경제위기 여파가 할리우드까지 미치면서 미국 영화계가 CG작업에서 틈새시장인 해외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기회로 꼽힌다.

본지와 융합형콘텐츠산업포럼이 18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CG산업의 현재와 미래 전망’ 좌담회에 참여한 산·학·관 전문가들은 산업의 중요성과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들은 산업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향을 논의해야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

강석원 :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콘텐츠산업과장

김성수 : 영화감독

김재하 : 서울예대 디지털아트학부 교수

김형석 : 동의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이윤석 : DTI 대표

정호교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래융합콘텐츠단장

최병태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디지털콘텐츠연구부장(이상 가나다순)

◇사회=홍승모 전자신문사 생활산업부장

◇사회(홍승모 부장)=디워나 트랜스포머와 같은 최신 영화를 보면 CG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CG 산업에서 우리의 현재를 조망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CG분야 육성책을 밝혔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강석원 문화부 디지털콘텐츠산업과장=정부가 융합형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다섯 가지 과제를 선정할 때 첫번째가 CG였다. CG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선 콘텐츠 기반으로서 역할이다. 사실적인 생동감 있는 영상을 만들뿐 아니라 게임과 같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융합 콘텐츠 분야를 만든다. 의료·교육·국방으로 범위 넓어지면서 산업이 확대될 것이다.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차별화를 위해 많은 부분을 CG를 쓰고 있다. 할리우드 CG작업이 늘어나면서 해외로 아웃소싱을 하는 상황에서 뉴질랜드·캐나다·중국 등 각국에서 중점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CG산업을 육성한다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서 자체적으로 고성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기반도 강화될 것 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문화콘텐츠 산업에서 CG의 중요성을 설명했는데, 실제 산업계의 현실은 어떠한지,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김재하 서울예대 디지털학부 교수=할리우드는 상위 30% 기업이 각 300∼1800명 정도까지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1964년에 컴퓨터 그래픽학과가 생겼다. 영화 산업에서도 할리우드는 점점 특수효과 비중을 높이지만 우리는 반대다. 수십 개 기업이 있지만 전체 종사자가 1500명 남짓하다. 신성장동력 산업이라고 하지만 갈길이 멀고, 선택과 집중해서 성장을 해야 하는 분야다.

◇김형석 동의대 멀티미디어공학부 교수=고품질 CG를 얼마나 잘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인데, 국내에서 규모가 큰 영화를 할 때 아직은 대부분 외국에 아웃소싱 주는 현실이다. 높은 수준의 CG제공 역량이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기술이 해외에 뒤처지지는 않지만 기회를 잃을 우려가 있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DTI·매크로그래프 같은 기업이 할리우드 영화 CG를 하면서 기술력을 알리고 있고, 할리우드에 한국인 인력이 200명 가량 활동하고 있는 점 등이다.

◇이윤석 DTI 대표=CG산업은 한국 영화의 성장세와 맞물려 안정적인 사업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큰 회사에 비해서는 영세하다. DTI의 직원이 27∼30명 정도인데, 이런 업체가 4∼5개 정도고 나머지는 직원수가 10명 안팎이다. 최근 한국 영화 제작비가 줄고, CG 부문을 축소하면서 업계가 체감하는 불황 강도는 더 크다. 하지만 CG는 단순히 시장 규모로만 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가 기술 브랜드나 콘텐츠 기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CG분야다. 싱가포르·인도·중국 등의 후발 국가는 정부에서 국가 브랜드로서 콘텐츠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엄청나게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겨우 산소호흡기를 끼운 상황이다. 미국 가장 큰 위기인 상업 은행의 붕괴로 영화계도 제작비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기회다.

정호교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융합콘텐츠 단장=지금 우리 CG업계는 위기가 먼저오면서 기회가 오는 상황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헐리우드도 위기를 겪으면서 제작비 충당 측면에서 공동제작 제안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CG분야 지원은 올해 처음 시작됐다. 지원 방향은 프로젝트 수주, 해외 프로젝트 참여지원, 국내 기술을 과시할 수 있는 파일럿 작품 제작 지원 3가지로 두고 있다. 참여지원 형태로 정부 지원 사업을 끌어가려고 한다

◇최병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디지털콘텐츠 연구부장=국내 CG 제작 기술은 전반적으로 미국에 비해 2년 정도 차이가 있다고 본다. ‘옷감 시뮬레이션 기술’ ‘유체 시뮬레이션 기술’ 등 출연연구소 및 대학에서 개발한 일부 기술은 최고 수준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기술의 실질적인 산업계 활용도는 낮은 편이다.

◇사회=CG산업의 중요성을 산·학·관 모두 공감하고 있고, 정부가 다양한 기술도 개발해 왔다. 그럼에도 CG산업 활성화가 더딘 이유는 무엇이며, 개발한 기술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김형석=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콘텐츠 산업의 핵심 기술로 활용되고 있는 CG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게임 제작에서 60% 이상이 CG이고,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도 CG가 상당부분 들어있는데 산업화로 집중되지 못하는 게 문제다. 두 번째로 관련 기술을 ETRI에서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적용이 안되는 한계가 있다. 국내 시장은 불균형한 거래구조로 인하여 사업 환경이 열악하다.

◇김성수 영화감독=좋은 CG영화가 만들어지려면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스타워즈가 성공할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미지와의 조우’를 찍어서 실패했다. 이후 ‘더 트론’이라는 3D로만 만든 영화도 망했다. 하지만 그런 영화가 없었으면 90년대 패기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나무를 심으면 다음 세대가 열매를 딸 것이다. 좋은 프로젝트에 같이 일하는 풍토가 만들어졌야 좋겠고, 야심차고, 의욕적인 프로젝트에 국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김재하=모든 화두가 융합으로 결집된다. 영화와 문화적 속성이 다른 산업간 교류와 융합 이뤄지면서 시장이 넓어질 거다.특히, 미국 영화계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외 틈새시장에 눈을 돌리는데, 이 기회를 잘 살려야한다. 국가 연구소 경쟁력과 정부 좋은 정책 모아지는 채널도 필요하다. 연구와 산업이 함께 하는 채널이 마련되면 성장 가능성이 다른 분야보다 높다. 로드맵이 잘 이뤄지면 VFX 기관하고 MOU도 맺을 생각이다. 해외스튜디오 유치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

◇사회=산업계에서 바라는 실질적인 지원방향이 궁금하고, 정부는 어떤 지원책을 가지고 있는가?

◇이윤석=콘텐츠 안에서 존재하는 게 기술이다. 그걸 먼저 강조하고 싶다. CG와 관련된 수많은 인력의 고용창출과 유지를 위해서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한다. 정부 지원은 여러 곳에 나눠주는 게 아니라 ‘커다란 수영장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산업이 놀 수 있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원 정책이 여러 방향으로 나누어져 있으면 급변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

◇김성수=태국이나 뉴질랜드의 후반작업 기지를 보면 특화된 무언가가 있다. 미국과 동등하지 않지만 우리도 그런 걸 할 수 있다고 본다. 정교하게 정책 지원 방향을 정하면 업계도 비슷하게 움직일 것 같다.

◇강석원=정부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아시아 최대 CG 제작기지 구축이다. 프로젝트 중심의 R&D를 하자는 의견에 공감한다. 기술 개발에서는 산학연 협력을 통한 프로젝트 중심의 R&D를 할 것이다. 보편적 기술과 실제 적용 기술의 차이를 줄이는 개발 체계를 마련하려고 한다. 산업 지원은 동등한 경쟁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국제 협력, 마케팅 지원 등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정호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래융합콘텐츠단장=CG업계가 하나의 스튜디오가 되도록 역량을 집결하는 구심점이 되도록 하겠다. 국제 공동 제작을 지원하고 우리 기술을 해외 바이어에 소개하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요소 기술을 공유하는 시스템 네트워크도 만들어지길 바란다.

R&D 쪽에서는 좋은 기술 많이 개발해놨다. 대규모 액체, 폭파신, 입자 형태로 자연현상 표현과 같은 것들이 있는데 어떤 영화나 게임에든 녹아들 수 있는 요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회=우리 CG산업과 기술력이 언제쯤 할리우드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

◇강석원=특별한 계기가 된다면 단기간 내에도 정상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례로 ‘반지의 제왕’ 이후 뉴질랜드 CG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우리도 이런 A급 프로젝트를 몇 년 내에 시도해 볼 가능성이 있다.

◇정호교=시기를 갖고 5년 뒤다 10년 뒤다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손을 놓으면 아예 미래가 없다는 건 확실하다. 당장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정리=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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