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 `녹색댐`에 숨어 있는 `검은 음모`에 분노 물결

 지난 9일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7월 1일부터 출시되는 모든 PC에 ‘녹색댐’, 영문 표기로 ‘그린 댐 유스 에스코트(green dam-youth escort)’라고 명명된 청소년 보호 소프트웨어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찐후이컴퓨터시스템엔지니어링과 다정언어지식처리기술회사가 공동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미성년자의 인터넷 사용에서 문제가 되는 불법적이고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내용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당국은 이어 “녹색댐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할 뿐 아니라 관리자(부모)가 사용자(자녀)의 채팅이나 게임을 비롯한 모든 컴퓨터 활동을 감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발표 이후 지금 ‘녹색댐’을 둘러싼 비난 여론으로 중국이 들끓고 있다.

 ◇학교용 검열 프로그램으로 출발=사실 이 소프트웨어의 시초는 지난 2008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공업정보화부의 전신인 정보산업부는 전국 청소년들의 그린인터넷을 위한 검열프로그램 도입을 앞두고 공개입찰을 진행했다.

 2009년 5월까지 시험 서비스가 이뤄졌고 전국 106개 홈페이지에서 녹색댐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를 실시했다고 한다.

 총 717만2500회의 다운로드를 기록, 전국 36개 행정구역의 2만여개 학교에 이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PC는 총 261만8000대가 넘는 것으로 공식 발표됐다. 정부 측의 당시 발표에 의하면 다수 사용자가 녹색댐에 만족감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격적으로 이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네티즌에게 무료로 보급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몸사리는 PC 제조업체들=그러나 정부의 발표가 나온 뒤로 IT 업계는 물론이고 네티즌도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내수 시장 최대 PC사업자인 레노버는 9일 발표 당시에는 최대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11일에서야 정부의 정책을 최대한 존중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수출용 PC에는 해당 프로그램이 결코 설치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그 외의 중국 토종 업체는 대부분 레노버의 전례를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계 회사는 아직까지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중국시장 3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HP는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모호한 발언만을 반복하고 있다. 10일 현재까지 알려진 녹색댐의 사전계약은 이미 5270만건이며 다운로드 횟수는 이미 25만회가 넘어가고 있다.

 ◇중국 네티즌, 분노 폭발=이번 발표에 중국 네티즌의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다.

 한 인터넷 설문조사에 따르면 9만537명의 참가자 중 7만7046명에 이르는 85.1%가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지난 9일 하루 동안에만 엄청난 리뷰글과 체험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녹색댐 소프트웨어의 열악함과 정부의 숨겨진 의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중국의 해커들은 녹색댐을 해킹해 대체적인 내부구조와 금칙어 목록 등을 알아내 자세히 공개했을 뿐 아니라 녹색댐 홈페이지를 공격해 엉망으로 만들기까지 했다.

 이에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하루 만인 지난 10일 녹색댐은 원하는 사용자에 한해 설치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익명의 공업정보화부 관계자는 “정부의 역할은 이 소프트웨어를 무료 보급하는 데 끝나며 사용 여부는 이용자 몫”이라고 밝혔다. 이는 PC 제조업체가 그린댐을 PC에 미리 설치하거나 CD에 저장해 제공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과 다르다.

 그러나 발표 이후에도 중국 네티즌의 분노는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녹색댐의 정체에 더욱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PC 사용자가 성인인데도 녹색댐을 모든 PC에 의무설치하려고 했던 것이냐는 의문과 비판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곳곳에서 허점 발견=개발자 측에 따르면 녹색댐은 미성년의 건강한 인터넷 사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로 인터넷 사용 시간이나 친구들과의 채팅기록 및 컴퓨터게임 관리 등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작동방식은 불량 키워드를 자동으로 차단하고 자체 시스템을 이용해 자동으로 사진을 판별, 불량사진을 차단하며 한 번 차단된 사이트에는 일정 시간 동안 접속을 금지시킨다. 심지어 손쉽게 친구들과의 대화기록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의 다양한 실험에 따르면 인터넷 차단 프로그램은 다양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고양이 사진을 음란사진으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 해수욕장에서 찍은 사진까지 모두 음란사진으로 인식해 차단한다는 것이다.

 해커들에 의해 공개된 금칙어 명단의 내용도 반정부적인 키워드나 파룬궁 관련 사항이 대부분이고 성인 키워드는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자 네티즌은 정부 의도를 더욱 강도 높게 성토하고 있다.

 녹색댐을 설치한 후 인터넷 속도가 10분의 1 이하로 떨어지는 사례도 나왔다. 해커들은 네트워크에서 오가는 모든 데이터를 검색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으로 보고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NOD32를 비롯한 다양한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과도 충돌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9일 녹색댐 소식이 퍼지자 해커들이 손쉽게 녹색댐의 비밀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을 유포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유명 보안 업체인 ‘장민’도 녹색댐에는 보안상의 중대한 결점이 있으며 이는 해커의 바이러스 유통경로가 될 수 있으니 설치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민 혈세 낭비 대규모 비리 의혹=이번 녹색댐 프로젝트의 또 다른 문제점은 국민의 혈세를 마음대로 낭비한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녹색댐의 사용 비용은 사용자가 스스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에 의해 1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된다. 중국정부는 그 대가로 개발자 측에 70억여원(4000만위안)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국민의 세금을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이렇게 사용하는 것은 세금 남용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 큰 문제는 70억여원이 어디까지나 1년 동안의 사용비일 뿐이며 1년이 지난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떠한 발표도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네티즌은 이번 사건이 어디까지나 검은 돈을 먹은 공업정보화부 관리들에 의해 벌어진 정부의 대규모 비리사건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개발 회사의 인력이 모두 과거 정부기관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가 속속 올라오면서 이런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베이징(중국)=김바로(베이징대학 역사학과) ddokba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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